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겪는 고통과 불행은 하나둘이 아니지만 부유한자와 가난한자, 귀한 자와 천한 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병마의 아픔이다.

병들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평안하게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길 즉, 인술(仁術)이라하여 의술의 최고 경지에 올려놓는다.

 흔히들 한의원을 일러 살구나무 숲이라는 뜻으로 행림(杏林)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중국 오나라에 동봉(董奉)이라는 명의가 최고의 인술을 베푼데서 유래한다.

그는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고 치료비를 돈으로 받지 않고, 중증 환자는 살구나무 다섯 그루, 경증환자는 살구나무 한그루를 의원 집주위에 심도록 하였다.

 어느새 그의 집주위에는 살구나무 십만 그루가 심겨졌고,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는데, 동봉은 이 숲에서 얻어지는 살구를 팔아 이웃사람들을 보살펴 주었다.

사람들은 이를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하여 그의 인술과 선행을 칭송하였다.

이로부터 많은 의원들이 자기의 진료실에 행림~(杏林~)이라는 말을 붙여 썼고  스스로 인술을 베푸는데 소홀하지 않도록 정성을 다했다.

 동봉이 인술을 베풀면서 “왜 하필이면 살구나무를 심도록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텐데, 명의 동봉이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살구나무는 꽃이 매우 화사하여 관상하기에 좋고, 열매도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살구나무는 기르기가 쉽고 뿌리, 가지, 잎, 꽃, 열매, 씨앗 모두가 약용으로 쓰이니 이보다 가치 있는 식물은 없다고 동봉이 생각했던 것 같다.

 살구꽃과 복숭아꽃을 물에 우려 세안(洗眼)하면 얼굴의 기미, 주근깨가 없어져 살구꽃처럼 예뻐지고, 살구 열매는 맛도 좋은 뿐 아니라 영양가치가 매우 높다.

주성분은 당분이지만, 단백질, 칼슘, 인, 철과 구연산, 능금산, 비타민A, 비타민B17, 비타민C 등이 함유되어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의 원주민들은 장수하는 민족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특히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의 학자들이 이 원인을 연구한바, 피지 사람들이 살구를 즐겨 먹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는데, 살구 중에 있는 비타민B17이 항암 작용을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육도 중요하지만 정작 약이 되는 것은 살구씨이다.

살구씨에는 해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없어서는 안 될 아미그달린이라는 청산 배당체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신탕을 먹고 살구씨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살구씨가 개고기를 소화 시키는 작용이 있기에 글자 그대로 살구(殺拘)의 의미로 해석하여 많이 이용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살구의 좋은 점이 많기 때문에 동봉은 치료비 대신에 살구나무를 심도록 했고, 후에 더 많은 베풂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여 동봉의 살구나무 행림은 오늘날까지 한의(韓醫)의 최고 영예이자 인술을 베푸는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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