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에서 바닷가로










내륙에서
바닷가로                                                                                                                      

김연식 한국무협 전북지부장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다. 대륙과 바다가
동시에 시작되는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근세사를 보면 철저하게 바다를 멀리하고 지냈다.

중국을 본 받겠다는 中原사상은 우리민족을 자꾸만 내륙으로 끌어 들였고 바다와는
등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심지어 바닷가에서 십리 이내에는 집을 짓지 못하게 하는 웃지 못할 시절도 있었다.

육당 최남선은 우리민족이 바다를 잃은 뒤부터 왜소해 졌고 옹졸해 졌으며 편파심이
생기면서 가난해 졌다고 했다. 坊坊曲曲에 묻혀 지내다 보니 크게 뻗어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坊坊曲曲은 전국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津津浦浦라고
표현한다. 우리민족에게 삶의 터전이 골짜기였던 반면 일본의 그것은 나루와 포구였던 것이다.

우리가 내륙에서 문을 잠근 채 폐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안 일본은 문을 열어
바다를 향해 나갔다.

오늘날 일본이 해양 강국이자 세계적인 부국이 된 비결이 여기에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바다를 대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일본이 산업화에 따르는 생산시설을 바닷가에 세우는 동안 우리나라는 중요시설을 가능한
한 내륙에 두고자 했다.

우리의 국토개발 정책이 육지중심으로 치우쳐 있었던 셈이다.

임해지역과 해안지역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고 연안개발 방식도 간척사업 등을
통해 육지면적을 확장시키는데 불과했다. 바다를 좁히는데 급급하다 보니 연안환경의 악화 및 생태계 파괴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독일과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개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연안을 보존지역, 완충지역, 휴양지역 등으로 엄격히 나눠 관리하는 모습은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의
99.4%는 바다를 통해 운송된다.

부산항은 이중에서도 84%를 처리하고 있다. 또
부산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의 60% 이상이 육로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운송된다.

이렇다 보니 국토의 동맥인 경부고속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길바닥에 버려지는 물류비는 가히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한다.

서울~부산간 컨테이너 운송비가 부산~홍콩간 컨테이너
운임에 맞먹고 있다. 국내 무역 업체들은 바다를 두 번 건널 수 있는 갑절의 운임을 치르면서 외국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과 내륙에 공장이 과도하게 집중되다 보니 환경오염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공장폐수로 하천이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됐고 대기 오염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제는 심지어 지하수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굳이 골짜기를 파헤쳐 공장을 지을 것이 아니라 임해지역을 개발해 편서풍과 바다의
자정능력을 이용했더라면 사정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리가 21세기 태평양·아시아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삼면의 바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토개발에 대한 시각을 내륙지향에서 해양지향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다를 물류, 관광 자원의 개발이 가능한 해상 국토로
인식하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아울러 공업입지를 항만과 연계되는 임해지역 위주로 재편해 과중한 물류집중 현상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삼면의 바다를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환황해 축,
환동해 축, 남해안 축을 설정해 놓은 정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년)은 이런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연안과 임해지역을 고도로
활용하는 것에 우리나라 신무역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450 만평규모의 군장국가 산업단지를
조성 중에 있고 5만톤급 2선석 규모로 군산항 컨터이너 부두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온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새만금 간척사업도 현재 계획대로
추진 중에 있다.  

향후 새만금 간척지에는 서해안 물류중심의 신공항과 신항만을 조성해 장차 환황해
도시 공동체의 중심지이자 동북아 교역의 허브(HUB)기지로 발전시켜야 만 우리의 내일이 밝아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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