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호흡기를 제거하는 방식의 첫 존엄사가 집행된 후 당사자인 환자 김모 할머니(77)가 한 달 동안 고귀한 생명의 불꽃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머니는 지난 9일 약 4분 여 동안 호흡이 정지되는 등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이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애초 호흡기 제거 이후 몇 시간 이내 사망할 거란 의료진의 설명과 달리 김 할머니가 존엄한 생명력을 보여주자 '기적' 같은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가족들은 안정을 되찾고 할머니의 의식이 돌아와 가족이 대화를 나눌 수 길기를 바라고 있다.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치성씨는 22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는데도 자발호흡을 통해 버텨주셔서 장모님께 감사하다"며 "지난 한 달은 장모님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할머니의 의식이 돌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며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요일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장모님 옆에서 예배를 드릴 때 그런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현재 건강 상태는 2주 가까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장기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심씨는 "호흡기를 제거한 이후 장모님의 표정이나 상태가 더 좋아졌다"며 "중환자실에 있을 때보다 더 나빠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병원 측에서도 "예전에는 급격히 호흡 상태가 나빠지는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보름이 지난 후 부터는 바이탈 수치 등이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하루 3끼를 코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유동식 상태로 공급받고 있으며, 수액과 위궤양 방지 및 변비 방지를 위한 위장약 등 약물투여도 계속하고 있다.

눈을 깜빡이지 못해 건조해진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안약을 수시로 넣어주고, 낮 동안에는 거즈로 눈을 덮어 주고 있다.

욕창이나 폐렴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여전하지만 현재 합병증의 기미는 없는 상태다.

의료진은 "김 할머니의 경우 폐렴 등의 감염으로 인한 호흡곤란, 호흡수 감소(무호흡)로 인한 산소포화도 감소, 심장 발작 또는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2주가 지난 후부터는 갑작스런 호흡곤란이나 욕창 등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심씨는 "장모님이 1분에 평균 12번 호흡을 하시는데 그중에 1~2번은 무호흡 상태지만 곧 정상적인 호흡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여전히 하루에 2~3시간씩 할머니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를 드린다.

김씨는 "이제는 장모님이 언제 사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얼마의 시간이 됐든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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