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상생 권고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에 대해 중소상인들의 심리적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 입점시 시도지사에게 부여될 ‘사업조정권한’이 상생을 권고하는 원론적 수준에 그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내 중소상이들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청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운영세칙을 개정, 유통업체 출점 시 사업조정심의 신청 권한을 한 두 달 사이, 해당지역 시·도지사에게 이양할 예정이다.

사업조정제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들어 경영에 피해를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기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최장 6년간 제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지난 5년간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사업조정 신청 건수는 모두 12건. 이중 9건은 조정에 들어가기 전 업체 간 자율 조정으로 갈등이 해결됐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역할은 사업자와 지역상권의 상생을 촉구하고, 일시영업 정지를 권고하는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 같은 권한으로는 자치단체가 지역상권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SSM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낸 지자체는 인천 2곳과 청주 4곳을 포함해 총 14곳으로 각 지자체는 SSM 규제 강화나 교통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개점일정만 늦출 뿐 사업 전면 중단이나 철회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만큼 향후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는 게 중소상인들의 시각이다.

사정조정제 내용 중 대기업의 진출로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그럴 것으로 우려될 경우 3년 이내의 사업 유예를 권고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 상생법은 또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서부신시가지 등과 같이 개발이 진행중인 곳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경우, 인근 상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판단할 수 없어 사업조정심의가 접수 조차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원 전북.전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천 부평구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중기청이 처음으로 사업 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한 것에 대해 환영하기는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북에는 아직 사정권고안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지만 현행 신고제를 등록제로 고치는 것은 시기만 좀더 미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현실적 대안으로는 허가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지난 27일 대형 마트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의 차단을 위해 진입 장벽을 높이는 조례를 제정하고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추가 진입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반주거지역에 진출할 수 있는 슈퍼마켓 매장 규모와 준주거지역의 규모를 줄이고, 대기업의 사업진출도 최대 6년간 차단해 유통업체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정미기자 jungmi@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