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신종인플루엔자 지침을 내놓았지만 치료거점병원들은 "일선 병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문"이라며 불만을 보이는 등 보건당국과 민간의료기관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보건당국의 변경된 지침이 일선 의료기관에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환자들만 보건소와 병원을 오락가락 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보건당국·의료계 신종플루 엇박자보건당국은 20일 거점치료병원 455곳을 지정하면서 신종인플루엔자A(H1N1) 일반 환자의 경우 진단과 치료를 병·의원에 맡기고 보건소는 집단 발병과 중증 환자만 담당토록 한다는 새로운 신종플루 지침을 내놓았다.

이 지침에는 ▲분리된 별도 진료실을 마련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환자는 병원에 오기 전 시간 약속 잡고 방문 ▲입구에서 환자의 체온 측정 ▲접수창구에서 환자에게 마스크 착용 ▲분리된 공간에서 진료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보건당국이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에 내려 보낸 지침들은 일선 병원의 현실을 고려하지 주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거점 병원은 격리병실은 커녕 검사장비와 치료제, 보건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항바이러스제 투여 검사 기준과 명확한 환자 관리·운영 지침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

거점병원 원장들은 25일 정부가 마련한 '신종인플루엔자 대비 병원계 간담회'에서 이 같은 불만과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이병원 충남 서산중앙병원 원장은 "대다수 지방 병원은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병상이 있어도 운영을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신종 플루에 관한 기본적인 진료는 하겠지만 '거점병원으로서 환자를 모두 수용하고 다 치료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종플루 환자 진료비 지원, 의료진을 위한 항바이러스제 보급, 거점의료병원에 보호장비 지원, 공공의료기관 입원실 확보 등 대한병원협회의 지원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거점의료병원에 컨테이너와 진료실 설치비용, 추가인력 등 정부가 최소한의 실비변상을 하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정한 455개 거점치료병원이 필요한 치료약, 보호구 등 장비를 관할보건소와 복지부에 요청하면 비치돼 있는 물품을 퀵서비스로 보내주고 의료진들이 타미플루를 복용할 수 있도록 소요량을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백신확보 뒷북 대응정부가 가을철 대유행을 앞두고 뒤늦게 타미플루 등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와 예방용 백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24일 신종플루 백신 확보를 위해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등 사절단을 부랴부랴 다국적 제약회사에 급파했다.

이 본부장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프랑스 리옹에 있는 사노피파스퇴르를 찾아 회사 경영진과 국내 백신 공급 규모 및 가격에 대한 협상을 벌인 뒤 귀국한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들의 선주문이 끝난 상태여서 물량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전 국민의 100% 분량을, 영국은 75%의 분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시작되면 4개월 안에 입원환자가 13만~23만 명, 외래환자가 450만~800만 명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청소년과 임신부, 군인 등 1300만여 명(전 국민의 27%)에게 예방 접종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백신 제조회사인 녹십자의 생산 능력은 내년 2월까지 600만 명분에 불과해 나머지 700만 명분은 수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1930억 원외에 1084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250만 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추가 구매를 할 계획이다.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례 맞아야 한다.

11월 중순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맞더라도 지금 계획대로라면 빨라야 12월 말이나 접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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