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의 생산 및 유통에 관한 기록을 담아 정상적인 유통을 유도할 수 있는 ‘쇠고기 이력 추적제’가 겉돌고 있다.

시행 2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홍보가 안돼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데다 쇠고기에 부착된 개체 식별 라벨을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도내 일부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다수 식육판매업소들이 식육판매표지판을 비치한 채 포장지에 개체식별번호 라벨만 부착하고 이를 인식하는 장비는 비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오전 11시께 H 대형매장 전주완산점. 이 대형마트의 정육매장에는 국내산 쇠고기마다 개체식별번호 라벨이 부착돼 있지만 식별번호를 통해 소비자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모니터 등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매장직원은 “집에 가서 인터넷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비자들이 쇠고기를 구입하기 전에 해당 쇠고기의 이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주시 서신동 한 식육판매업소 또한 대면판매대에는 식육판매표지판과 개체식별번호 라벨이 부착된 쇠고기가 진열돼 있었지만, 현장에서 조회할 수 있는 장비는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이 업소 종업원 A씨(35)는 “쇠고기 이력 추적제에 대해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 “제도조차 모르거나 이력정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소비자가 드문데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또 “하루에도 수백 명의 손님을 받지만 지금까지 단 2명만 물어봤을 정도다”고 말했다.

소규모 아파트와 주택밀집지역의 영세한 식육판매업소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한 식육판매업소는 10만원 정도 하는 ‘간이 라벨 부착기’조차 구입하지 못해 시정명령을 받고 난 뒤 손으로 쇠고기 개체식별번호를 적어 포장을 하고 있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며칠 전에 공무원이 점검을 나와 이것저것 캐묻고 갔다”며 “개체식별번호와 다른 쇠고기를 포장해 라벨만 붙여도 소비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판매현장에서 이력추적을 할 수 있는 장비가 비치돼 있지 않거나 손으로 작성된 라벨을 부착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강력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초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개체식별번호가 기재된 영수증과 거래명세서,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 등을 대면판매대에 비치해놓고 있지 않은 식육판매업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은 지난 6월 22일부터 최근까지 계도기간 동안 식육판매업소 1천1곳을 점검, 개체식별번호 미표시 27곳과 허위표시 2곳 등 총 29곳이 적발돼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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