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라 시인이 전주 서신동 자택에서 4일부터 전시될 문학자료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올해로 문학 등단 50주년을 맞은 허소라 시인(73, 전북문학연구원 대표)이 판을 벌인다.

이병기, 김환태, 신석정, 김해강, 서정주, 채만식 등 한국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고향.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가요 중 가장 오래 된 ‘정읍사’가 태어난 전북이지만 한국 문학의 변방에서 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전북문학의 현실.

 ‘소략하게’ 다뤄지는 전북문학이 가슴 아팠고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는 허 대표가 마련한 판은 바로 ‘전북문학 도서전시’. 전북문학연구원 개원 2주년 기념으로 열린다.

전주 서신동 자택에 들어서니 수십 년의 세월을 압축한 야릇한 종이 향이 진동한다. 이번 전시에 공개될 문집들이 거실에 바닥에 1차 구분이 돼 쌓여 있다. 모두 4일부터 전시될 문학 자료들. 주말을 반납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딸들이 전시기획에 맞게 모든 작업을 도와줬다고.

“전북문학이 저평가, 개별화돼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고귀한 전북문학유산이 더 이상 유실되기 전에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소홀하기 쉬운 원전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허 대표는 '전시의 변'을 통해 " 작품은 그들의 '전집'이나 도서관 등에서 재판본으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한권의 책(원전)이 주는 의미와 숨결은 분명히 다르다" 고 얘기했다.

"손에 쥐는 촉감, 은은한 종이 향을 맡는 후각이 같이 합니다. 또 원전의 행간을 통해 작가 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을 위해 오뇌하는 작가의 정신은 원전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정신을 이야기하는 허 대표는 " 이상, 김유정 등 병마에 쓰러진 작가들. 이들이 글씨기를 중단하고 요양이나 했더라면 더 오래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가난과 죽음에 대항했던 그 분들의 작가정신은 후배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치열한 작가의식과 인접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 이 두 가지가 글 쓰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전시회는 크게 문인 문집과 기관 및 동인지로 나뉘어 열린다.

1938년 서정주 '화사집', 1939년에 나온 신석정 시집 '촛불', 채만식 '탁류'. 50년대 신석정과 서정주 시인이 추천위원이었던 '자유문학'과 '현대문학'도 선보인다.

이밖에 이번 전시회에는 색다른 코너가 하나 있다.

바로 강암 송성용의 글씨가 전시회 한 코너를 차지한다.

전북예총(全北藝總), 전북문예(全北文藝), 백인백상(百人百想), 신아문예(新亞文藝) 등 생전에 쓴 표지 글씨가 가지런히 전시된다.

허 대표는 이번 전시회가 우리지방의 문학유산이 한국, 나아가 세계문학 유산과 직결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 문학유산의 지속적 관리, 계승의 중요성을 공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문학작품을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는 '문학박물관' 건립 당위성을 공유하고 실행 의지들을 모으는 계기가 바로 이번 전시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전시회는 4일 오후 5시 개막식을 갖고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2실에서 열린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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