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임의 수정의 위법성을 인정, 개정된 교과서의 추가 발행 및 배포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성철)는 2일 저자인 한국교원대 교수 김한종씨(51) 등 5명이 ㈜금성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침해 정지 청구 소송에서 "저자의 동의 없이 임의 수정된 부분을 담은 교과서를 발행, 판매 및 배포해서는 안된다"며 "금성출판사는 저자 5명에게 각각 4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 등의 동의나 승낙 없이 교과서를 임의로 수정해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해 발행, 판매 및 배포한 행위는 김씨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출판업자 등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해당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본질적인 변경을 할 수 없는 권리는 일컫는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은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춰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할 수 있다"며 "이는 최소의 범위 내에서만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교과서가 학교의 교육목적으로 사용되기때문에 임의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성출판사와 김씨 등이 2001년 맺은 출판계약은 김씨 등이 교과부의 수정, 지시 또는 명령에 성실히 협조를 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김씨 등이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금성출판사가 저자의 동의 없이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성출판사가 김씨 등의 승낙 없이 교과서를 수정, 발행해 정신적 고통을 줬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발행을 맡은 한국검정교과서는 수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출판사 측에만 배상 책임을 지웠다.

이날 선고 직후 김씨는 "법원이 저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학문의 자유와 교과서의 자율성을 지켜준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각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를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저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정된 부분은 내년 교과서 발행시 반영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성출판사는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성'을 지적하며 한국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의 일부 내용에 대한 수정을 권고하자 저자인 김씨 등의 동의 없이 수정,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해 인쇄, 배포했다.

한편 김씨 등은 지난 1월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낸 수정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는 기각 판정을 받았으나, 이번 승소 판결로 현재 교과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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