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정에서 바라본 평화동.

아침저녁 공기를 심호흡을 하고 들이마셔 보면 바람속에 가을 냄새가 난다. 여전히 한낮엔 그늘 속이 아니면 불볕더위 같지만 익어가는 곡식들과 과일들을 보면 제법 단단해지고 맛이 들어 있다.

팔각정 오르는 길.

완산 공원 오르는 길에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들이며 이웃인 듯 한 아줌마들이며 체련 단련하는 곳엔 건장한 아저씨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정이 있듯 참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작은 소로를 따라 산책로를 오르다 보니 옷에 도둑놈의 갈고리 열매가 붙었다. 도둑놈의 갈고리는 열매가 옷깃에 잘 붙는 특성을 도둑놈에 비유를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며, 열매 모양이 도둑놈이 남의 집 담을 넘어서 살금살금 가기 위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발뒤꿈치를 들고서 걷는 모습 같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언뜻보면 여자들 비키니 상의처럼 보인다. 이 풀의 열매를 보고 언젠가 내장산에 갔다가 숲 해설사님이 이 풀의 열매가 무엇을 닮았냐고 물었을 때 어떤분이 여자 비키니 수영복 상의를 닮았다고 해서 한바탕 웃음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풀의 다른 이름으로는 도둑놈갈구리, 북한에서는 갈구리풀이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도둑쑥부쟁이라고 한다. 열매 모양은 꼭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쓰는 썬그라스처럼 생겨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 녀석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이나 동물들의 털에 붙어 씨앗을 번식 시키는 영리한 식물이기도 하다.

도라지

요즘 한창 길을 걷다보면 주황색의 앙증맞은 유홍초가 한창이다. 이 녀석들은 넝쿨식물로 어디든 타고 올라가길 좋아한다.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곳은 전봇대이다. 생김새는 꼭 나팔꽃 같이 생겼지만 색이 너무도 선명하고 크기가 작아 나팔꽃과는 금방 구별이 된다. 나팔꽃도 요즘 들어서는 종류가 참 많다. 꽃이 크고 색이 진한 나팔꽃, 연보라색 작은 나팔꽃, 청보라색 시원스러운 나팔꽃 등등 어릴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서인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외래종 식물이 많아졌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가공원 가는 길 골목에선 할아버지들이 마른고추 꼭지를 따고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멋지게 찍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으셨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시골의 정겨운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퍼진다.

밭둑가를 지나는데 들깨 꽃이 한창이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맛있는 들깨 꽃 부각이 생각난다. 이즈음 들깨 꽃 끝부분만 손가락만 하게 잘라서 찹쌀풀을 씌워 말린 다음 잘 보관 했다가 추석이나 설 명절 때 기름에 튀겨 손님상에 내 놓는 고급 음식 중에 하나였었다. 들깨의 고소한 맛과 꽃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어 하얀 눈꽃을 먹는 기분이었는데 그것을 먹어본지도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어느새 추석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명절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 같아 아쉽다. 요일에 따라 쉬는 날이 적으면 연휴가 짧다고 고향을 찾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또 연휴가 너무 길면 부모님을 찾아뵙는 대신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던 정겨운 풍경은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진다. 올해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훈한 고향의 정겨움을 마음껏 느껴보고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글 사진=김한하(시인)

■ 9월 생태축탐방 안내

일시: 2009년 9월 26일(토)오전10시
장소: 완산초등학교 정문앞
준비물: 개인물, 등산화, 스틱, 긴팔, 긴바지, 간식 등^^
진행코스: 완산초등학교 - 탄금봉 - 팔각정 - 옥녀봉 - 금송아지바위 - 무학봉 - 백운봉 - 용두봉 - 용머리고개 - 충혼탑 - 다가공원
참가 문의 푸른전주운동본부(010-2562-1003)

■ 톡톡 사진 속 정보

▲ 정금나무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으로 황해도와 충남 부여 이남에서 자생한다. 상동나무,지포나무, 종가리(티)나무 라고도 한다. 키는 2~3m이고 꽃은 6~7월경 새 가지 끝에 길이가 4~5㎜ 정도의 종(鍾)처럼 생긴 꽃이 모두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불루베리의 사촌 쯤 되는 한국토종 불루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열매는 둥글고 백분으로 덮이며 처음엔 붉은색을 띠다 9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데, 맛이 감미롭고 시다. 정원수나 공원수등으로쓰이고 , 열매는 식용이며  신맛이 나는데 사과산과 구연산 카로티노이드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  피로회복과  강정 강장  효과가  있다. 한약명은 하로(夏虜)라고하며 방광염·신우염·구토·임질·하리·발진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 수렴제·이뇨제·건위제로도 쓰인다. 열매로 술을 담면 포도주처럼 색깔도 곱고 맛도 좋으며 남녀 모두에게 피로회복 및 정력을 북돋아  부부금실이 좋아진다고 한다.
 

▲ 금송아지 바위 전설
 
아주 먼 옛날 금사봉에 아래 북쪽  금사동(金絲洞)골에 깊은 밤이 되면 금송아지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곤 했는데 어느 날 밤 어디선가 옥쟁반에 옥을 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금송아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니 옥녀봉에서  아리따운 옥녀의 목소리가  “금송아지야 내 목거리의 금실줄이 끊어져 동강이 났구나. 네 목에 있는 금새끼 실가닥 하나만 주면 고맙겠다. 그 은혜로 내일 하늘에서 내려 올 때 옥단지에 감로수를 담아다 주마. 그 물을 마시면 너도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그 곳에는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네가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진수성찬이 지천인 낙원이란다. 금송아지는 이 말에 현혹되어 금사동골 바같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다는 계율을 깜박 잊고 금사당골 경계 옥녀봉 아래에 이르러 한 발짝을 내밀고 금실가닥을 건네자마자 금송아지는 그 자리에 바위 돌로 변해버렸다 한다. 그 때 돌이 돼버린 금송아지는 지금 내 칠봉의옥녀봉에서 무학봉으로 오르는 고갯길 길목에 업드려서 옥녀에게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고개를 옥녀봉 쪽으로 돌린채 업디어 있다.
 
▲천양정(穿陽亭) -지방문화재자료 제6호-중화산동1가196
 
천양이란 “버들잎을 화살로 꿰뚫는다.”는 뜻으로 조선조 숙종38년(1712) 다가천 서쪽 냇 기슭에 세우고 “천양정”이라하였으나 9년 만에 홍수로 정자가 떠내려가 천양정 이라는 이름도 사라졌다. 그 대신 북쪽을 향해 다가정을 대신 세웠다. 그러다가 순조30년(1830) 8월2일 남쪽을 향해 천양정을 다시 세우니 홍수로 떠내려 간지118년 만에 천양정이 다시 세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1918년 일제에 의해 군자, 다가, 읍양정을천양정에 통합시키고 사정 재산을 학교에 기부 하도록 하여 일제는 우리나라의 상무(尙武)의 전통을 말살시키려는  식민야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천양정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글=류종권<전주문화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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