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과 휴일 등 긴급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당번약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전주시 삼천동에 사는 양모씨(36)는 지난 22일 오후 9시30분께 회사 업무를 마치고 감기약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을 찾았지만 문을 연 약국을 찾지 못해 낭패를 봤다.

양씨가 사는 지역에서 당번약국으로 지정돼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어야 하는 약국은 총 6곳이지만 제 시간이 되기 전에 문을 닫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된 것. 양씨는 결국 중화산동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24일 전주시보건소에 따르면 전주지역 약국 306곳 가운데 당번약국으로 지정된 약국은 총 65곳으로, 21%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신들이 신고한 영업시간과 휴일 영업시간 등을 지키고 있지 않아 가벼운 증상에도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주시 호성동에 사는 정모씨(31·여)도 지난 21일 오후 8시께 아기가 열이 있어 해열제를 구입하기 위해 인근 약국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정씨는 “전주응급의료정보센터 1399에 전화를 해 해당 당번약국을 찾아갔으나, 오후 9시에도 약국영업을 한다던 당번약국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도 결국 아기를 안고 전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번약국제도는 대한약사회가 지난 2007년 8월 약사윤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일부 희망하는 약국에 대해 공휴일과 심야시간대에 문을 열도록 의무화한 것. 이는 대부분 약국이 공휴일과 심야시간대에 문을 닫아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데 따른 것으로, 해당 약국은 윤번제로 공휴일에 문을 열고, 늦게는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다수 당번약국들은 규정을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시내 한 당번약국 관계자는 “당번약국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며, “자영업이고 사람이다 보니 급한 일이 있으면 지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문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약국 자체가 자영업이다 보니 당번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당번약국 운영시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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