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이틀째인 27일 남북한의 가족들은 개별상봉과 등의 일정을 통해 이산의 한을 달래고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전날 상봉에 기뻐하던 이산가족들은 이틀째 상봉을 마무리하면서 '하룻밤만 자면 다시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듯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온정각 잔디광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야외상봉은 금강산 일대에 구름이 잔뜩 낀 비가 올 듯한 날씨가 계속 돼 전날(26일) 첫 단체상봉이 이뤄진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치러졌다.

○… 개별상봉은 이날 오전 8시50분 남측 가족들이 상봉장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북측 가족들은 이보다 20분 앞서 도착해 지정된 각 객실에서 가족들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의 가족들을 위해 술과 가족사진 3장, 그리고 과자 등이 포함된 종합선물세트가 들어있는 쇼핑백 하나씩을 준비해왔다.

남측 가족들은 준비해온 옷가지 등 부피가 큰 선물을 전날 화물차량편으로 일괄 전달해서인지 이날은 현지에서 구입한 사탕과 과자 등 북측 가족에게 전달할 물건들을 쇼핑백에 담아왔다.

남북 가족들은 전날 단체상봉 때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인화해온 사진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측 가족들은 여러장의 사진을 인화해와 미처 상봉에 참여하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 아산 측은 남측 이산가족들을 위해 숙소인 외금강호텔 로비에 임시로 속성 사진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개별상봉을 통해 1987년 동진27호 납북선원인 동생 노성호씨(48)를 만난 순호씨(50·여)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상봉장인 금강산 호텔문을 나섰다.

노씨는 기자들에게 "어젯밤에는 두 다리를 펴고 잘 수 있을 지 알았는데, 못그랬다.

동생 얼굴에 근심이 있어 보여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동생이 대학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했는데, 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 국군포로인 형 이쾌석씨(79)와 개별상봉한 동생 정호씨(76)는 형님에게 주려고 남측에서 준비해온 술을 전달하지 못했다.

정호씨는 "형님이 술을 사양하며 '이 술은 다시 부모님 영전에 갖다 드려라. 그리고 대신 돌아가신 어머니께 내 안부를 전해드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향 쾌석씨는 상봉장에서 동생들이 가져온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전 사진을 꼭 잡고 뚫어지게 보다 아무 말 없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동생 정호씨는 "이 술을 가져다 꼭 어머니에게 형님이 살아있다고 말하겠다"며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형을 위로했다.

○…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공동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 계단을 오르던 유재복(75) 할머니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대한적십자사측이 준비한 앰뷸런스편으로 남측으로 후송됐다.

한적 측 의료진은 "외상은 없고 머리가 조금 부었다"며 "쓰러지고 나서도 말은 제대로 했지만 정밀 진단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유 할머니는 CT촬영 등을 위해 오후 1시40분께 남측 CIQ를 통과, 속초의료원에 도착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유 할머니는 도착 당일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했으며 26일에도 걷는 도중 넘어져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유 할머니는 남편 임재실(82) 할아버지와 이번 행사에 참가해 북측 조카들을 만났다.

○… 북측행사 '보장성원'(지원요원)들은 첫날 상봉에 이어 27일에도 전례 없이 부드러운 태도로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개별상봉이 벌어지는 동안 북측의 보장성원들은 금강산호텔 로비와 찻집에 모여앉아 이산가족 상봉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또 평양에서 파견된 북측 기자들은 남측 행사 관계자와 기자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남북 양측의 진행요원과 기자들이 12층 스카이라운지에 모여 점심을 함께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상봉과정에서 벌어지던 남북 관계자들 사이의 신경전이나 고성이 사라졌고, 남북한의 취재기자들 사이에 몸싸움도 없었다.

남측 관계자는 "과거 행사 때는 북측 보장성원들이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며 "이번의 경우 북측도 돌발상황이나 남측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현대아산 측은 남측 이산가족과 행사 지행요원, 한적 자원봉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숙소인 외금강호텔 앞에 이동식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대형 트럭의 적재함을 개조해 음료와 과자, 비누·치약·양말 등 간단한 생필품을 팔도록 만들어진 편의점은 금강산 지역에 문을 연 유일한 상점이다.

이 곳에는 2명의 직원이 배치돼 이용객들이 필요한 물품을 판매했다.

남측 가족들은 27일 개별상봉에 앞서 과자와 사탕 등은 물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간단한 생필품, 선물 등을 이곳에서 구입해 북측 가족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본래 온정각에 편의점인 '훼미리마트'가 입점해 있으나 일년 넘게 관광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상태"라며 "이번 행사를 위해 트럭형 이동식 편의점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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