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전국이 '걷기 여행'에 빠져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 일본의 '에도 시대의 길' 보다 더 훌륭한 길이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 옛날 서울과 지방을 이어주던 옛길이 다시 살아나 사람들 발길을 붙잡는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도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유람객들로 넘쳐 난다.
운동정도로만 인식되던 '걷기'가 이제는 당당하게 '문화상품'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정부, 광역-기초단체를 따질 것이 없이 모두 '걷는 길' 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 '걷는 길' 현황

전북도 올해 '걷기 여행'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추진 주체는 크게 정부와 지자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7개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가운데 고창 '고인돌 질마재따라 100리길'이 포함돼 있다.
이 코스는 고인돌박물관에서 선운사까지 43.7㎞로 테마별로 고인돌길(고인돌 박물관~원평마을, 8.8㎞), 인천강 복분자길(원평마을~연기마을, 7.7㎞), 질마재길(연기마을~검단소금전시관, 14.5㎞), 보은길(검단소금전시관~선운사, 12.7㎞) 등 4코스로 세분화돼 있다.
이 코스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남 영광과 장성 등 전남지역과 연계, 광역코스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둘레길'도 있다. '둘레길'의 가장 큰 특징은 희망근로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정책에 따라 진행된 만큼 초반 혼란이 있었다.
당초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올 상반기 14개 시군마다 코스를 선정했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현재는 5개 지자체 코스만 최종적으로 선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군산시(망해산 둘레길 9.1㎞), 익산시(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 12㎞), 완주군(위봉산성길, 6㎞), 장수군(마루한길, 12.5㎞), 부안군(변산 마실길, 18㎞). 20억 원을 들여오는 11월말까지 조성사업을 마칠 계획이다.
둘레길은 모두 멋진 자연풍광과 귀중한 문화자원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북도 설명.
'둘레길' 특징은 시설정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고사목 제거, 제초작업, 흙쌓기, 방향 표시판, 안내판, 리본부착 등 하드웨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에서 기존에 조성했거나 계획중이던 생태탐방로들이 대거 '둘레길'로 편입되기도 했다.
전북도는 둘레길 조성에 대해 " '일자리 제공', '지역문화 복원', '주민 소득창출' 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둘레길은 편의시설과 안내시설 공사를 마치는 11월 이후 공식적으로 공개된다.
이밖에 군산시가 '망해산 둘레길'과 별도로 이 코스를 포함한 '군산 구불길'코스를 개발, 운영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구불길은 '비단강길(18km)' '햇빛길(13.7km)' '큰들길(18km)', '구슬뫼길(16.8km)' 등 4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진안에서도 생명의 숲 마을조사단이 진안지역 마을과 마을을 잇는 '진안 마실길'을 개발하고 있다. 100개 마을, 40개 고개를 지나는 총 16개 구간 214km다. 지난 8월 마을축제때 일부 구간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변산길

△장점과 보완점

전북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걷기 여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심심찮았다. 하지만 이런 지적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만큼 자원이 많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풍부한 자원을 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사)우리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전북지역은 걷기 여행 코스로 개발할 코스가 무궁무진하다고 얘기 한다.
" 정읍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는 갈재, 장수와 경남으로 넘어가던 육십령 고개는 고개 자체가 지닌 역사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할뿐더러 여러 지자체가 함께하는 광역형으로 개발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호남평야의 길, 동학혁명의 역사를 따라가는 길 등 스토리가 넘쳐나는 소중한 유산들이 바로 전북에 있습니다."
결국 이런 옥구슬을 보물로 엮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기획을 통해 '길'을 만들고 이벤트를 활용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희망근로를 이용한 코스정비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담겨 있는 길과 길을 이어야 한다.
또한 추진주체도 행정기관에서 민간단체로 바뀌어야 한다.
지리산둘레길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숲길이다. 숲길은 지리산생명연대가 설립한 단체로 산림청과 둘레길 조성협약을 맺고 있다.
현재 조성되고 있는 전북의 여러 코스도 민간이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생태문화관련 시민단체는 물론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마실길'이라는 민간단체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제까지 전북이 유행을 따라가는 수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이끌어 가면 된다. 전북의 길들이 전 세계 순례객들의 발길로 가득 차는 꿈을 꾸어보자.

신정일 (사)우리땅 걷기 이사장.

△신정일 이사장 인터뷰

 " 우리나라 12개 명산 가운데 백두산과 금강산을 제외한 10개 산이 현재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천하명당 10승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을 걷다보면 너무나 좋은 곳이 많습니다."
전주시 진북동 자택에서 만난 (사)우리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전북에도 걷기 여행이 적합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 10승지 가운데 하나인 '변산 마실길'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걷기여행 코스입니다. 바다와 숲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곳입니다. 1구간 외에 내변산까지 모두 4구간이 계획대로 이어진다면 지리산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에 못지않는 전국 제일의 코스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또 백두대간 능선 아래 산촌마을 길을 잇는 코스도 정부가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있어 전북지역 대간 마을도 산 줄기를 따라 가거나 고개를 넘어 이어질 것이라고.
신정일 이사장에 대해 몇해 전 한 월간지는 이렇게 표현했다. 평생 전국을 걸어 다닌 '강호(江湖)의 낭인'이라고. 강호의 낭인에게 '길'에 대해 물었다.
" 제가 우리땅걷기에서 도보 기행을 가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그 말 그대로입니다.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은 스승이 됩니다. 길은 역사와 현재가 대화하는 곳입니다. 길 옆 아래 위에 있는 모든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곳입니다. 그래서 '길'은 나에게서 진정한 나를 찾는 지름길입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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