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변산 마실길이 공식 개통됐다.

지난 6월 21일 시범 개통행사 당시 참가했던 우리땅걷기 회원 등 도보여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정비가 제대로 안된 길, 찾기 어려운 길, 해변에 널려있는 쓰레기 등등. 변산 마실길이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것에 대한 충고들.

그 후 4개월이 지난 17일 다시 마실길을 걸었다.
 
변산 마실길에 들어 서기전 새만금전시관에 들렸다. 얼마전 해창에 있던 신석정 시비가 전시관 앞 서두터 공원으로 옮겨졌다. 못 보고 지나치면 아쉽다.

전시관 옆 넓은 공터에서 오전 10시 조금 넘겨 행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여기부터 격포항까지 변산 마실길 18㎞ 구간을 소개한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은 숲길 따라 합구~대항리~변산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 바닷길을 택했다. 밀물(썰물 오전 8시 17분)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갯벌엔 여유가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세찬 바람에 뒤집어지는 듯한 파도가 밀려 온다.

행사에 참가한 부안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은 부안에 살면서도 이 바닷길은 처음 걷는다며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한다.

" 마실길이면 논두렁, 밭두렁으로 가야지 왜 바다로 간디야." " 우리도 바다로 첨 가는디. 타지 사람들은 어찌겄어. 한번 와본 사람들은 겁나게 조아허게 생겼고만."

'마실길'이라고 적힌 노란 삼각 깃발이 해변가에서 펄럭인다. 여기로 오르는 작은 시멘트길이 있다. 대항리 패총으로 통하는 길이다.

대항리 패총(지방기념물 50호) 앞에 있는 군산대학교 해양수련원. 화장실로 개방 됐는데 이날 외에도 항상 이용할 수 있을지. 구간 전반에 걸쳐 화장실이 부족한 느낌이다.

패총 아래 바닷길로 들어선다. 왼편에 변산해수욕장 입구 전망대가 보인다. 바위지대를 돌아 나오니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변산해수욕장이 나온다. 저 멀리 백사장 끝에 도착하니 송포마을이다. 여기까지 1코스(5㎞).

길 바닥 '마실길' 글씨를 따라 송포배수장에서 2코스를 시작한다. 지난 6월 걸을 때도 느꼈지만 참 멋진 길이다. 교통호도 잘 정비 돼 있다. 강한 바람에 바위와 부딪쳐 터지는 흰 파도가 좋다. 바위 위 무덤도 여전하다.

사망 마을에 들어서니 노 부부가 길옆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마실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시끄럽지 않겠냐는 물음에 송광호(75) 할아버지는 " 시끄럽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좋지. 화장실을 쓰면 또 얼마나 쓰겄어. 다 괜찮어."
마을을 지나니 지난 6월 길 찾기에 애먹었던 곳이다. 이정표가 반긴다.

고사포 해수욕장에 들어서기 전에 보았던 전망좋은 언덕의 파밭이 사라졌다. 동행한 한홍 부안군 환경녹지과장 설명에 의하면 팬션 공사중이라고 한다. '전망좋은 곳=팬션 부지'의 법칙이 또 증명된다.

고사포 해안 사구와 해당화 관찰테크등 잘 정비된 생태탐방로 거쳐 하늘을 가린 해송 문을 지나면 고사포 해수욕장이다. 2㎞나 되는 송림을 빠져 나오면 송천마을. 2코스 종점(4.8㎞).

1코스나 바닷길로, 2코스는 숲길(교통호)로 왔다면 3코스는 유동마을 농로길과 아스팔트 길로 나뉘어져 있다.

아스팔트 해안도로를 따라 하섬 전망대를 거쳐 합류 지점까지 가는 길과 농로를 따라 가다 반월마을 못 미쳐 합류하는 길. 우리 일행은 농로를 택했다.

여느 마을이나 다름없이 평화로운 마을들을 거쳐 하섬 전망대를 지나온 길과 합류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힘들다고 말하는 아스팔트 길이다. 대략 5㎞ 정도.

수성당과 적벽강을 둘러 볼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코스로 차량 통행도 많다. 운전자와 도보 여행자들이 서로 조심 할 수 있는 '안전 안내판'이 필요하다.

주말 인파로 북적이는 격포에 도착하면서 3코스(8.2㎞)는 끝이 난다. 격포항 위 닭이봉에 올라 걸어왔던 코스를 내려다보는 맛은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마실길 내내 이정표 설치나 정비상태는 지난 6월에 비해 좋아졌는 평이다. 초보자들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걷기에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여행 전에 물때(밀물, 썰물시간)를 알아보고 바닷길과 숲길을 선택한다면 더욱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코스 내내 도로와 마을이 가까이 있어 여행 도중 힘이 든다면 언제든지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변산 마실길 기본정보는 부안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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