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 확산과 취약한 지역경제 구조 탓에 극심한 취업난으로 위장취업계가 성행하고 있다.

도내 대다수 대학들은 4학년 졸업반이 취업한 경우 수업은 물론 시험과 보고서 제출 등을 면제해 줘 이를 악용한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주의 한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장모씨(27)는 최근 학과사무실에 한 유통회사에 취직했다며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장씨가 제출한 서류는 ‘가짜’인 위장 취업계.장씨는 “학교수업이 빠듯하고 강의 받는 시간이 무의미해 인터넷을 통해 한 회사의 재직증명서를 위조해 제출했다”며 “내년 시험에 어떻게 해서든지 합격해야 돼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위장 취업계는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이 재직증명서 등을 허위로 제출해 수업을 면제받는 것으로, 도내 대학가에는 최근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취업난이 가중되자 ‘위장 취업’을 통해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4학년)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가 “위장 취업계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구직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어서(63%)’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취업계로 수업을 면제받은 학생은 출석률이 저조해도 어느 정도 학점이 보장되는데다 중간·기말고사에 대한 부담도 없어 졸업반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완주의 한 사립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모씨(23·여)는 이번 2학기 내내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고씨는 “교수님에게 취업계를 제출하면 별다른 의심 없이 수업과 시험 등을 면제해준다”며 “중간·기말시험과 보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자격증시험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입학시절부터 대졸 실업난이 사회적인 문제로 언급됐지만 올해는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주변 동기들도 ‘백수’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걱정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장 취업계를 제출하는 학생 대다수는 문서양식 다운로드를 비롯, 발급과 제출방법까지 소개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내 한 대학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학칙에 규정돼 있지 않아 교수재량으로 수업 등이 면제되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열악한 취업여건으로 인해 취업계 제출 학생을 의심 없이 배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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