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노래연습장(노래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노래문화업중앙회 전북지부는 지난 19일 전주시 덕진구청 강당에 모여 노래방에서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노래방 업주 150여 명은 주류판매와 도우미 알선 등 불법영업을 근절해 건전한 여가선용 장소로 거듭나겠다며 다짐했다.

업주 스스로 퇴폐와 불법영업을 퇴치하겠다고 공언한 지 닷새가 지난 24일 오후와 25일 새벽에 전주지역 노래방에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11시45분께 전주시 우아동 일대 유흥상권 밀집지역. 전주시내 유흥가로 잘 알려진 이 지역은 여느 때와 같이 곳곳에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으로 온통 거리는 대낮 같았다.

간판 네온사인이 환한 A노래방은 입구부터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으며, 업소에 들어서자 업주에게 알리는 듯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업주로 보이는 종업원에게 주류 판매와 도우미 알선을 요구하자 종업원은 “젊은 아가씨는 20분, 30대 초·중반 여성은 곧바로 가능하다”며 30m² 남짓한 방으로 안내했다.

20여 분이 지나자 짧은 치마와 V자로 깊게 파인 상의, 짙은 화장을 한 여성 도우미 2명이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방을 찾았으나 상황은 마찬가지. 종업원에게 “아가씨가 있느냐”고 묻자 “10분은 기다려야 된다”고 답했다.

이 곳 또한 도우미 알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소를 나와 인근을 둘러봤다.

업소 맞은편에 짙게 썬팅된 승합차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열어놓고 침을 뱉으며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을 보니 ‘보도방’ 승합차가 틀림없어 보였다.

10여 분 뒤 차량에서 여성 3명이 차례로 내리고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뒤를 따라가 보니 이들이 향한 곳은 노래방이었다.

자정을 훌쩍 넘긴 25일 오전 1시20분께 찾은 중화산동 일대로 장소를 옮겼다.

거리엔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중년 남성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차’장소 선택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병원 인근의 한 노래방에 들어섰으나 TV를 보던 업주가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죄송하지만 저희 업소는 주류 판매와 도우미 알선을 하지 않는다”며 “지난주 업주들끼리 불법영업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또 “도우미가 없다고 안내하면 대다수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 불법영업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노래방 업주는 “중화산동 지역의 불법영업이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결의를 지키려는 업소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4일 밤 상설단속반과 지구대 등 전담요원 70명을 투입해 풍속업소 등의 불법영업 행위 근절을 위한 합동단속을 벌였으며, 주류를 판매한 노래방 12곳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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