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축하해 줄 남편에게 이 학위를 바칩니다" 10년간의 어려움 끝에 한국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박사학위를 따낸 이선희(42)씨가 1년여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학위를 바치고 눈물을 보였다










"하늘나라에서 축하해 줄 남편에게 이 학위를 바칩니다"
 10년간의 어려움 끝에 한국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박사학위를
따낸 이선희(42)씨가 1년여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학위를 바치고 눈물을 보였다.

최근 베트남 국립하노이대 인문사회과학대학에서는 베트남인이 아닌 한국인 여성이 '베트남의 여성의 지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하는 뜻깊은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이 논문을 만드는데 사실상 모든 역할을 담당했고 공부가 힘들었을 때 항상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은 물론 올해 중3, 중1이 되는 자녀들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물산의 첫 하노이지점장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전인 91년부터 베트남에
근무했던 남편 곽세호씨가 지난 2001년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

고려대 재학시절 만능운동선수로 활약하고 건강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던 남편이었기에 이선희씨의 충격은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내가 죽더라도 학위를 마쳐 베트남인들을 위해 살아달라"는 남편의 유언이
그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곽씨는 89년부터 베트남에 장기출장 형식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에도
한몫을 했고 근무시절에는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베트남으로부터 받아내 이건희회장으로부터 특별상을 받기도 했는데 돈독한 신앙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도 앞장섰다.

이선희씨가 박사학위를 시작한 것도 남편이 베트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기위해서는 베트남어를 배워야한다면서
이 대학 교수를 강사로 추천해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노이의 유일한 한국여성이었던 이선희씨는 베트남어를 어느 정도 습득한 뒤 94년 국립인문사회과학대 역사학부 민족학과에 정식으로 등록해 학위과정을 시작했고 6년만인 2000년 논문을 완성했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포기할뻔했던 박사학위에서 이 박사는 베트남 여성들의 지위가 아시아국가중 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오랜 전쟁이나 사회주의, 장기간에 걸친 프랑스의 지배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베트남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이박사는 이 결론이 역사연구에서가 아니라 베트남의 생활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이라고
밝히고 베트남이 중국의 오랜 지배를 받았으나 한국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중앙의 장악력이 약하고 유교사상의 침투도 약해 모계사회의 전통이
비교적 잘 유지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하이바청을 비롯한 여러 여성장군들이 전쟁에 나아가 국가에 공을 세운 기록이 전해지고
프랑스,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여성들이 큰 활약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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