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농촌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품 또는 농가에 보관된 농산물을 훔쳐가고 있어 강력한 예방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창군 상하면에 사는 A씨(71·여)는 최근 집을 비운 사이 목걸이와 반지 등 귀금속과 현금 등 1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이 사라졌다.

A씨는 “몸이 아파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누군가 닥치는 대로 방 안을 뒤져 금품을 훔쳐갔다”며, “피해가 크지 않아 신고하지 않았지만 도둑이 집안을 어지럽혀 정리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민들이 낮 시간에 집을 비운 틈을 타 현금과 귀금속, 마늘과 고추, 쌀 등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절도범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물수집상이나 행상으로 위장해 자연스럽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각 가정의 우편물을 뒤져 나온 이름으로 인기척을 살핀 뒤, 빈집이 확인되면 범행을 저지르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

완주군 화산면에 사는 B씨(68)도 “밭에서 일을 하는데 누군가 승합차를 타고 집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며 “혹시나 해서 집에 가보니 창고에 보관돼 있던 농산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C씨(58)는 “지난해 이맘때 도둑이 들어 마당에 말리려고 둔 고추 12㎏(약 20근)을 도난 당했다”며 “해마다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농촌지역이 빈집털이범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은 농촌지역 거주자 대다수가 노령층으로 대처능력과 방범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낮 시간에는 병원진료나 마을회관 등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농촌의 경우 도시지역과는 달리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농촌지역 파출소 관계자는 “농촌지역 주민들이 개 한 마리, 쌀 한 포대, 마늘 몇 접 등을 잃어버린 것은 아예 신고조차 않는다”며, “농촌지역의 경우 경찰 인력부족과 맞물려 관할구역이 광범위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2개월간 농가 빈집털이 형사활동을 벌인 결과, 신고된 49건 가운데 38건을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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