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는
조상의 원죄(原罪)까지
바들바들 떨었다
-‘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 전문
 
배롱나무를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줄기 한 부분을 조금만 건드려도 온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어서 그렇게도 부른다고 한다. 향교나 사당 앞에서 조상을 지키는 모습이 ‘원죄’를 안고 사는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우레가 어둠을 ‘깨는’ 것이 아니고 감아 내려 ‘순치’ 시키는 모양은 시인의 세상사는 마음이다. 짧지만 긴 여운의 시로 일본 ‘하이쿠’를 연상시키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북문인협회장을 지낸 소재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용머리 고개 대장간에는’ 이후 7년만에 세 번째 시집 ‘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시학8천원)를 펴냈다.

문학평론가인 전정구 전북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인의 시는 ‘눈부신 언어의 무도(舞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눈부신 언어의 무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비유, 은유, 환치 등 모든 수사법이 절묘하게 쓰여 시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인이 먼저 꼽는 ‘봄이 오는 들녘’을 보자.

‘하, 모숨모숨 느낌표들 끓어오르는/아지랑이 산허리’-봄 아지랑이를 화덕에서 끓어오르는 불꽃으로 이미지화하거나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을 ‘천지가 생명을 바르르 떤다’며 생동감을 극대화 시켰다.

소재호시인
여기에 ‘또 꿩도 붉은 울음 띄워/산이 뒤뚱뒤뚱 내려온다’며 진달래 붉은 봄 산을 회화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나는 그냥 그대로/봄의 심장이 되어 두근 거린다’며 자신이 봄의 심장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몰아의 경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산새는 물로 들고/물고기는 허공에 뜨고/독경(讀經)이 익어서/밤낮없이 풍경소리(산사의 풍경)’에서는 운율의 멋과 맛을 넘치지 않게 조화롭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소재호 시인은 지난해 제 7회 전북펜 작촌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8일 오후 호남성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200만원의 시상금을 받게 된다. 신인상은 석인수 수필가가 받는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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