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넘어 현대를 들어서는 길목에서도 우리에게 집은 무지개처럼 아득한 것이었다.” ‘가난한 이의 살림집’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겸 칼럼리스트인 노익상씨가 10여년에 걸친 취재와 5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엮어낸 사진 에세이집이다.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보듯 1970~80년대부터 현재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짓고 살았던 민간 가옥을 120여장의 사진과 함께 11가지의 주거형태로 기록한 로드 다큐멘터리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던 중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 즉 부모들 혹은 두 세대 위의 가난한 이들이 짓고 산 살림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힌다.

다양한 미디어가 전통가옥의 특징과 장점을 경쟁적으로 다루고, 현대건축물의 빼어난 조형성과 편리성에 주목했지만 정작 한국인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살림집은 점점 잊혀 가고 소외됐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이 버려지거나 최소한의 재료를 구해 지은 집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들의 안타까웠던 현실을 공감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한다.

길가에 들어선 가난한 집의 초기 정착 형태 ‘외주물집’, 화전민을 집단 이주시킨 ‘독가촌’, 도시로 들어와 쫓기며 고단한 살림을 꾸려야 했던 ‘막살이집’ 등 가난한 이들이 ‘이주’를 통해 겪은 내밀한 사정과 아픔이 담긴 살림집이 색다르게 조명된다.

392쪽, 1만8000원, 청어람미디어/이병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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