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반점, 상처, 꽃, 나무, 죄의식, 욕망, 분노 등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퍼즐조각처럼 널렸다.

예술적 욕망과 내면의 상처로 결합하는 형부와 처제의 불륜은 동물과 식물로 은유, 대비된다.

임우성 감독의 ‘채식주의자’는 제26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 주목받았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의 중편 3편으로 완결된 한강의 소설이 원작이다.

순제작비 3억5000만원에 찍어낸 영화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임 감독은 “아시아 영화가 희소하다 보니 선댄스영화제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LA에서 온 한 관객은 영화를 보다 놀라서 기절하는 일도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꽃 그리고 나무가 되고 싶었던 채식주의자 영혜(채민서), 예술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민호(김현성),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지혜(김여진) 세 사람이 등장한다.

영혜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시선이 머무는 곳은 민호다.

그런데도 관객의 공감대는 지혜와 가깝다.

영혜와 민호를 엮는 광기어린 집착은 쉽지 않은 코드다.

감독은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ABCD로 설명하기 힘든 게 예술가의 마음이 아닐까” 여겼다.

“고기를 거부하는 처제와 꽃, 식물, 나무가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처제의 몽고반점에 집착하는 비디오 아티스트로서의 민호의 계기를 4년 반 만에 영화를 완성한 나로서는 이해가 된다.”

영혜의 나체에 꽃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몸에도 꽃을 새긴 뒤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는 민호의 행위는 액자구성으로 읽히는 아트영화 속 아트다.

채식주의자에서 결국 스스로 식물이 되려는 영혜는 보디페인팅으로 만개한 조화를 보며 흥분한다.

예술가적 욕망에 사로잡힌 민호가 주시하는 것은 멍자국 같은 처제의 몽골반점이었다.

채민서는 정신분열과 거식증에 걸린 영혜를 연기하기 위해 8㎏을 감량했다.

뼈만 앙상한 몸에 살색 가죽마저 꽃으로 뒤덮은 그녀의 벗은 몸은 전라지만 야하게 비쳐지지 않는다.

처제의 몸에 물감으로 꽃을 그리고, 정사신을 카메라에 담는 변태적 속성들은 음란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예술을 주장할 수 있다.

채민서는 “보디페인팅이라든지 노출이 있다는 부분은 처음에 많이 걱정했지만, 굳은 결심을 하고 제가 먼저 감독님에게 전화했다.

캐스팅하기도 전에 박박 우겨서 내가 한다고 했다”고 출연 경위를 전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묘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내가 잡은 것 같아 기쁘다.”

미국 최대 독립영화 축전 ‘선댄스’는 실리보다 명성에 기댄다.

주인공이 예술가인 예술영화이자 아트하우스 영화로서의 예술영화이기도 한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야채를 권하고 있다.

18일 개봉./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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