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북대 종합인력개발원을 찾은 졸업예정자 학생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의 모집공고를 손으로 가리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차례 이상 입사시험에 응시하고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우석대 졸업예정자인 진모씨(25·여)는 오는 24일에 있을 졸업식 참석 여부가 고민이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지만, 4년간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내주신 부모님의 입장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원광보건대를 졸업한 박모씨(24)는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휴학하거나 4년제대 편입시험을 준비할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내 대학들이 졸업 시즌에 돌입하면서 미취업 졸업예정자들의 마음이 서글프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과 은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동문수학한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하는 학위수여식이지만, ‘학생신분’이라는 보호막을 잃고 직장도 없이 사회로 내몰린다는 설움이 더 크기 때문. 지난해 도내 대학의 공식적인 취업률은 전북대와 군산대가 각각 54%와 66.5%를, 전체 학과 중 의료계열 비중이 높은 원광대는 67%를 기록했지만 대학들이 취업률 홍보를 위해 인턴사원 입사는 물론 군입대와 대학원 진학자까지 취업자에 포함시키면서 실제 취업자는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대학 졸업식은 ‘기쁜 날’이 아닌 ‘피하고 싶은 날’이 되고 있다.

박씨와 같은 대학 세무회계과를 졸업한 최모씨(26)는 “나를 포함해 미취업 상태로 졸업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졸업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캠퍼스 곳곳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부모님에게 학사모를 씌워주며 다정스럽게 사진을 찍던 모습은 예전만큼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졸업식장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최근 모습이다.

도내 한 4년제 사립대에서 조교로 근무하는 고모씨(26·여)는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빌려줄 학사모와 가운을 몇 벌이나 받아 놓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지난해 졸업생들이 학위수여식에 대거 불참하면서 학과사무실에 학사모와 가운이 수북하게 쌓였던 기억 때문. 고씨는 “지난 해 후기 학위수여식 때는 석·박사 졸업생들이 학사 졸업생들의 빈자리를 채웠다”며 “학위수여가 끝난 뒤 갖는 술자리도 사라졌고 대부분 사진만 몇 장 찍고 식장을 떠나기 일쑤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졸업식 풍경도 바뀌고 있는 것.대학가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순영씨(46·여)는 “예년에 비해 졸업 축하 꽃다발 판매가 크게 줄었다”며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이나 학생들이 줄어든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군산대 학생종합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진로 결정이 늦어지게 되면 결국 취업에 임박해서 취업준비를 할 수 밖에 없다”며 “대학입학 때부터 학년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취업에 대한 정보와 기업 선별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것이 취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7일 예수대와 군산간호대를 시작으로 19일 군산대·원광대, 22일 전북대 등이 학위수여식을 갖는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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