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인협회 조사결과 현재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학관련단체가 60여 개로 나타났다.

또한 도내 대표적 문인단체인 전북문인협회 회원은 7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문인을 포함하면 도내 문인은 1천여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도내 문학단체 현황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현재 전북문인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도내 문학관련 단체는 총 64개. 또한 지난해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한 문학단체가 60개였다.

이 가운데에는 문인협회 시군지부와 전북작가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문인협회는 이 숫자가 조사결과에 따라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계속해서 보완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학단체가 늘어나는 것은 등단 문인의 증가와 궤를 함께 한다.

허소라 시인은 “1950년대 전국 문인명단을 보면 400명을 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1997년에 발간된 ‘전북학연구’ 3권 ‘전북의 문학’을 보면 정양 교수는 당시 전라북도 문인이 400명이 넘는데 이는 ‘시인 천국(天國)’이 아니라 ‘시인 천국(賤國)’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등단 문인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글쓰기를 동경하는 예비 문인이 많아 졌다는 것. 생활에 쫒겨 ‘문학’에 대한 갈증을 풀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경제적 안정과 함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좁았던 등단 문호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허소라 시인은 “1950년대 등단이라고 하면 중앙 유력 신문사 신춘문예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인 추천 잡지인 ‘현대문학’과 ‘자유문학’에서 2~3회 추천을 거쳐야만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적으로 문학잡지가 200여종, 동인지는 약 600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도내에서만 등단지가 최소 5개 이상이고 한 회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등단시키는 일이 드물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일부 동인지에서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무리하게 등단시켜 전북문단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눈총을 같은 문인들로부터 받기도 했다.

그 가운데 수필의 경우가 가장 심하다는 것이 문학계의 전언이다.

이러다 보니 문인의 질적 저하가 전북문단의 화두로 대두됐다.

이런 문단의 우려를 표면으로 끌어올린 세미나가 바로 지난 2008년과 2009년 한국동인지문학관이 주최한 전북연수회. 주제는 ‘문인과 문학동인지의 수준과 품격‘이었다.

이들 세미나를 통해 지적된 내용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등단’을 둘러싼 거래. 최영시인은 “100권의 월간지 값을 먼저 납부하면 다음 호에 문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호병탁 시인은 양적팽창은 질적저하라는 모순에 직면하는 게 상례라면서 “문예지의 난립과 출혈경쟁은 생존을 위해 등단의 남발이라는 무리수를 동원하는데 신인으로 등단한 작가는 그 책의 주요 구매자가 되며 동시에 고정독자가 된다.

결국 등단을 많이 시킨 만큼 책의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염려해야 하는 것은 문인의 증가가 아니라 작품의 질이라는 시각이다.

문인의 양산, 즉 문학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도내 문학발전에 득이 된다는 주장. 또 뒤늦게 문학에 뛰어든 사람을 격려, 이들의 실력을 높이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산곡 수필가는 “문인이 많은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전북이 ‘예향’으로 불리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생각한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문인들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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