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국소설가
지난 2000년 판소리 가락 같은 대서사 소설 ‘만월까지’(국제신문 1억원 고료 당선작)로 등단한 완주출신 소설가 류영국(69)이 새 장편소설 ‘소울음’을 펴냈다.

화남출판사, 1만원. ‘소울음’은 판소리의 ‘아니리’처럼 이야기하듯 엮어나가는 지문, 육자배기 한 곡조를 들은 것 같은 애환서린 가락,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비유 등이 한마당으로 어우러진 작품. 그래서 작품이 현대극의 막이나 판소리의 마당에 해당하는 '과장'으로 나뉘어 모두 10과장으로 구분돼 있다.

‘만월까지’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토속어와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활달한 구사는 요즘 소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던 터라 이번 작품에서도 그 역량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김양호 교수(숭의여대․소설가)도 “걸쭉하고 입담이 자운영처럼 피어난 작품으로 천년을 버림받앙 온 남도사람들을 대신하여 작가가 두드리는 신문고다”며 “감칠맛 잇는 남도 사투리에 유장한 굿거리 장단을 섞어 토해내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는 촌철살이의 칼날로 인간의 위선과 탐욕을 베어낸다”고 분속했다.

여기서 인간의 위선과 탐욕을 베어내는 배경이 낯설지 않다.

바로 완주 첨단산업단지를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필자 고향이 바로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다.

소설은 1970년대만해도 바퀴달린 것이라고는 달구지밖에 안 다닌 곳, 장에 한 번 간다치면 황토길 진흙길 십리 이십리를 이고 지고 다닌던 둔산이 첨단산업단지로 아파트 단지로 둔갑하는 과정을 전라도 식 이야기로 풀어간다.

농투성이 주인공인 뻗정다리 종구가 고향에서 살아오면 지켜본 사회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모순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금액이 적다고 데모하는 농민, 또 그 심리를 이용하는 일부 모리꾼들, 그리고 개발 이익에 취해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농민들의 모습. “보상금이라는 돈벼락을 맞고 나서 날지도 못하고 망둥이 뜀뛰다가 쪽박차게 마련이라. 엎치락뒤치락하는 쟁깃밥에 묻혀서 신세망친 사람들이 많네 그려”.(제 1과장, 첫째 마디중 일부) 김영현 실천문학대표로부터 ‘치열한 역사의식과 뜨거운 산문정신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온 몸으로 보듬어 나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소설도 형식과 주제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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