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시인
박성우 시인의 첫 번째 청소년시집 ‘난 빨강’이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의 27권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9 청소년저작및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난 빨강’에 수록된 모든 작품은 시적 화자가 청소년 자신들이다.

이들은 피와 살로 된 인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가 하면(‘공부 기계’)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참기도 하고(‘학원’),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고 차별받을 때마다 속상해하며(‘심부름’ ‘용서를 받다’)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감 없이,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기도 한다(‘정말 궁금해’). 이처럼 ‘난 빨강’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이들이 쉽게 읽고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내용들을 주로 다루기에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다른 한편 시인은 아이들의 내면에서 발현되는 상상력에 기대어 현실을 뒤집고, 유쾌하고도 신나는 세계를 그려 보이기도 한다.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신나는 악몽’) “갑자기 니가 보고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렁출렁, 그리운 니가 내게 안겨 온다”(‘출렁출렁’)이 밖에도 시인은 청소년의 내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을 놓치지 않는다.

가령 물이 빠져나간 강기슭에 입을 벌린 채 죽어 있는 말조개에 빗대어 시적 화자의 황량한 내면을 그린 ‘말조개’, 비 오는 날 병아리를 품는 암탉의 모성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 ‘닭’ 들에는 앞서 살펴본 발랄함과 결이 다른 묵직하고 진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은 “기성 시인이 쓴 한국 최초의 청소년시집인 ‘난 빨강’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일상적 삶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들의 눈물과 웃음, 우정과 사랑, 공부와 항변, 심지어는 사춘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적 호기심까지 드러나 키득키득 웃음을 자아낸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유하고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아동문학을,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에 청소년시가 당선되면서 청소년문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동시집으로 ‘불량 꽃게’가 있다.

신동엽창작상, 불꽃문학상 등을 받았다.

창비, 7천원.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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