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영어 친숙도를 높이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199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제도가 일부 원어민 교사들의 중도 이탈로 수업에 차질을 주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7997명의 원어민 보조교사 중 291명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로 교사직을 떠난 사유로는 진학 및 취업이 1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정 사정 76명, 무단도주 37명, 부적응 35명, 질병 28명, 범죄 연루 1명이었다.

특히 일부 원어민 보조교사들은 근무 6개월만 넘기면 수입이 좋은 학원으로 옮기거나 무단 도주까지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어민 보조교사는 고용 개시일로부터 6개월 미만 내에 계약이 종료되면 지급된 입국항공료와 최초 생활정착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과 벽지에 근무하는 원어민 보조교사들은 월 10만원의 근무수당과 학교장 재량 하에 5일의 휴가기간이 별도로 주어지고 있으나 대도시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해 학교와 아이들을 떠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가평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미국에서 온 원어민 보조교사 J씨(25·여)가 6개월을 넘기자마자 서울에 있는 영어 학원으로 옮겼다.

지난 2006년 가평군의 한 중학교로 부임한 원어민 보조교사 T씨의 경우 “시골에서 도저히 생활을 못하겠다”며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지급됐던 노트북까지 가지고 사라졌다.

해당 학교는 수소문 끝에 노트북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지방에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들이 문화적 적응과 생활 여건 등의 이유로 적응을 못하고 중도에 떠나는 사례들이 많아 원어민 보조교사와 담당자들의 연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어민 보조교사 1명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입국 지원금 130만원, 소개비 60만~100만원, 생활정착금 30만원, 주택 제공 또는 매월 주거지원비 40만원 등 1년간 3000만~4000만원이 교과부나 각 시도 교육청 예산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원어민 보조교사 예산은 1760여억원으로 교과부에서는 전국 국립 초·중·고교에 1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교사자격증, TESOL, TEFL 등 영어교육 과정을 이수해 자격증을 딴 원어민 교사는 3666명(45.8%)으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영어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 없이 원어민 보조교사를 임시방편으로 아무나 데려오다 보니 부실한 실력과 중도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해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에이즈에 감염된 원어민 보조교사 2명과 마약 조사를 받던 원어민 보조교사 1명이 채용돼 출국조치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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