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단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 경선을 앞두고 ‘후보 편가르기’, ‘경선 룰 바꾸기’ 등 공정성 침해에 앞장서면서 선거의 주인인 도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도민들의 선택에 따라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길들여 2년 뒤 있을 자신들의 선거,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도내 국회의원 중엔 제1야당 대표와 원내대표,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섰던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 마저도 오로지 정치적 셈법에 따라 자기사람 심기에 혈안이 된 모습에 도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실정이다.

3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도내 국회의원들의 전횡은 우선 공천심사 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가급적 일관된 경선방식을 채택하고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지역위원장의 역할보다는 자신들이 심중에 둔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한 명분을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이로 인해 예외조항이 원칙을 무너트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도지사 선거의 경우 정동영 의원이 유종일 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중앙에서부터 나돌고 유 후보 역시 이를 후보 알리기의 최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정-정’간 파워게임으로 비춰졌다.

전주시장 경선도 마찬가지. 정동영 의원이 김희수 전 도의장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정가에 나돌자 송하진 시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룰의 일괄적용을 요구하며 정세균 대표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면서 경선 룰이 하루 아침에 변경돼 전주시장 선거는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대리전 성격으로 비화됐다.

심지어 전주지역에선 정동영·신건·장세환 의원, 김희수 예비후보와 송하진 시장간 4 대 1 싸움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후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지지를 호소하기 보다는 유력 정치인의 후광을 기대하며 정치권 인맥 동원에 급급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익산시장 경선을 놓고 조배숙 의원과 이춘석 의원간 경선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힘겨루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완산갑도 지역위원장과 신 건 국회의원이 자기사람 심기에 몰두하면서 경선방식과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정읍과 김제, 군산, 장수 등에서도 경선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불복과 탈당, 경선등록거부 등 도내 전 지역에서 공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지방선거 공천과 경선 등으로 몸살을 앓는데는 도내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경선 룰을 바꾸고 당 내 경선인데도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등 공정성을 무시하는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A후보는 “사실 전북은 민주당으로 통하는 정치적 특성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거물급 정치인들이 후보들간 공방을 중재하기 보다 오히려 부채질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최규호기자 h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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