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엿새째를 맞은 31일에도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내부폭발, 위부피격, 아군 오폭가능성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진실은 두 동강 난 채 서해 심해에 가라앉은 천안함처럼 국민들에게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남북 분단상황에서 휴전선 인근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는 군 특유의 '비밀주의'에 가로막혀 어느 것 하나 명쾌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은 하필 왜 그곳에?

천안함이 상대적으로 수심이 낮은 백령도 인근해역까지 진출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군 예비역 등은 1200t급 초계함이 이 해역을 항해하는 것은 '특별한 임무'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천안함만한 배수량의 배는 통상 수심이 깊은 백령도 좌측이나 대청도 남쪽으로 항해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통상적 작전구역'이라고 해명했고 합참 역시 "충분히 항해가 가능한 해역"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31일에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사고 당시 천안함이 비상상황에서 작전 수행 중에 침몰했을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 이 의원은 "사고가 9시30분께 일어난 것으로 예측되는데 실종자 중 한 명이 가족과 9시16분께 전화를 했다"며 "레이더기지에서 사고해역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 천안함과 속초함을 파견한 것이 아닌지, 비상상황에 어떤 작전 진행 중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해 천안함 항로선택에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떼에 함포 130여발 발사?

천안함 인근 해역에 있던 속초함이 천안함 침몰 직후인 26일 오후 11시께 5분여 동안 76㎜ 함포를 쏴댄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 대목이다.

당시 130여발의 포탄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에 대해 "작전중 미확인 물체로 추정돼 사격했지만 새떼로 추정된다"며 "(천안함이)피격된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사격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천안함 침몰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를 북의 공격이라고 판단한 속초함 함장의 판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함포를 발사한 것이라는 게 군당국의 설명이지만 구조 활동보다 미확인 물체에 대한 성급한 대응이 우선시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정찰위성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백령도에서 50여㎞ 떨어진 사곶기지에서 잠수정(반잠수정)이 천안함 침몰 전후로 기동한 정황도 나타남에 따라 속초함 함포발사와 이 잠수정 출몰과의 연관성도 따져 봐야할 상황이다.

◇기뢰탐지함 진작 왔다

면군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대양해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해군이 연안에서의 재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중심이다.

무엇보다 해군이 9척을 보유하고 잇는 기뢰탐색함이 제때 사고해역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양양함과 옹진함 등 2척의 기뢰탐색함은 사고해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다 속으로 사라졌던 천안함 선체를 다시 찾아내는 등 이번 수색작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뢰탐색함 2척은 천안함 침몰 이튿날 오전에서야 진해항을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평택 서해2함대사령부 등에 배치돼 있었다면 신속히 출동할 뿐 아니라 침몰 위치로 빨리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군 UDT 요원의 급작스런 순직으로 한풀 꺾였지만 긴급 해난구조를 위한 장비나 인원 등을 제때 현장에 투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교신기록 공개+선체 인양' 천안함 미스터리 풀 열쇠 이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것이 천안함과 해군제2사령부간에 오간 교신일지 공개다.

교신일지에는 배의 이동 경로 등과 관련한 통신 내용이 당연히 기록돼 있다.

합참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천안함과 해군 2함대 간의 교신일지를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사비밀이기 때문에 어떠한 범위까지 공개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그러면서도 "군사기밀 빼고서라도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는 말해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되는지 안 되는지 그러한 것들을 다 봐서 공개할 것이 있으면 공개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제한적이지만 군사비밀을 보장하는 선에서 교신일지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교신일지가 공개되고 바다 속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가 모두 인양될 때야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명쾌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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