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30년께 일본 사진사 무라카미 텐신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고종(왼쪽)과 순종의 사진은 황제의 근엄함과 거리가 멀다.
“사진은 거짓말을 한다!”사진이 결코 ‘투명한 창’이 아님을 감안할 때, 식민지 조선을 비춘 일제와 서구의 렌즈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었을까?‘경성, 사진에 박히다’의 저자 이경민이 이번엔 보다 감도 깊은 문제의식과 밀도 높은 시선으로, 20세기 초 ‘사진의 정치학’을 추적한 새 책 ‘제국의 렌즈’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150여 장의 ’낯선’ 사진과 ‘읽을거리’와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냥 구경만하기엔 너무 슬픈고 아픈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 속에서 황제 고종을 어설픈 ‘식민지 군주’ 정도의 이미지로 표상한 일제는 순종 황제는 ‘이왕’으로, 황태자 영친왕은 ‘식민지 태자’이자 ‘황국 군인’으로 속속 표상해 갔고 황실에서 시작된 표상 체계의 통제와 이미지 조작은 이후 진행된 각종 조사사업으로도 확대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의 궁궐과 경기전-유리건판 사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찍은 순종 황제의 아들 영친왕 내외의 모습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도 메이지 천황의 권위 넘치는 어진영을 기획하는 등 ‘이미지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갔던 이토 히로부미가 근대 한국의 이미지를 자신의 의도대로 창출해간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부 ‘제국의 렌즈로 조선을 붙잡다 - 사진의 거짓말과 빼앗긴 표상’에서는 일제의 기획 아래 카메라 앞에 섰던 조선 황실의 ‘초라한’ 사진들을 통해 근대 조선의 욕망과 좌절을, 2부 ‘구경거리가 된 조선의 땅과 사람 - 일제의 조선 재현’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조사사업 과정에서 생산된 사진 가운데 일본 건축학자 세키노 타다시의 고적 사진과 인류학자 토리이 류조의 ‘이상한’ 인체 측정 사진을 분석했다.

3부 ‘잠든 아침의 나라는 언제 눈 뜨는가 - 서구의 조선 만들기’에서는 프랑스 외교관의 신분으로 조선을 방문한 이폴리트 프랑뎅과 주일독일대사관 무관 자격으로 러일전쟁의 흔적들을 쫓아 조선을 여행한 헤르만 잔더의 ‘서러운’ 사진 컬렉션을 통해 구한말 조선을 찾은 서양인들의 사진 기록에 드러난 타자화된 조선(인)의 얼굴과 오리엔탈리즘의 기원을 더듬었다.

산책자 펴냄, 값 1만8천원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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