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통 술박물관(관장 다음)이 생긴지 5개월째다










트렌드 – 술 익는 박물관 ‘전주전통술박물관’

전주에 ‘술박물관(관장 다음)’이
생긴지 6개월째다. 술박물관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제된
주당들?” “오~ 노우”다. 주당들이 빠진 대신 향이 깊은 ‘술’이
익어가고 있을 뿐이다.

18일 오후4시경 전주 리베라호텔 뒷편에 자리잡은 ‘술박물관’. 모처럼 술을 빚는 날이어서 다음 관장(36)은 몹시 분주하다. 이날 빚게 될 술은 ‘국화주’. 휑뎅그렁한 양화당(釀和堂) 마루에는 이미 재료로 쓸 감국과 누룩 찰밥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마치 오래된 토담처럼 푸근한 정서가 갑자기 풍화된 기억의 저장고를 흔든다.
10여년 전까지 설이 다가오면 큰어머니께서 빚던 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기억 속의 큰어머니는 솔잎과 댓잎 찰밥 누룩을 정갈하게 준비했고, 며칠
지난 뒤 한아름이나 되는 독에서 술맛을 보곤 했었다.

준비해둔 찰밥이 식자 다음 관장은 누룩과 물을 넣고 맨손으로 버무리기 시작한다.
음식만이 아니라 술도 손 맛이 좌우하기 때문. 이렇게 버무린 것을 독에 넣고 숙성을 기다리는 것으로 술빚는 일은 마무리됐다. 이날 빚은 국화주는
열흘정도 숙성기간을 거치면 ‘시음회’에 나올 수 있다.

술 빚는 일을 마친 다음 관장은 방문객을 위해 50일정도 숙성된 ‘과하주(過夏酒)’를 내놓는다. 입안에 쩍쩍 들어붙는 감칠맛이 그만이다.
1920년 일제가 밀주령을 내리기 전까지 우리나라 가양주는 3만여종이 넘었다. 과하주도 가양주중 한가지.

과하주는 여름 술로 제격이다. 저온을 유지해야 상하지 않으므로, 겨울에 내려놓은
독한 소주를 이용해 혼용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상우씨(31·술박물관 사무국장)는 한 집안에만도 십여가지 비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가양주 제조가 활발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남한에만 300여종 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음 관장은 옛말에 ‘술은 백약의의 장이자 백독의 두령’이랬다고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린다.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치면 패가망신의 근본이 된다는 의미. 우리 조상들은 본래
술을 음미하고 풍류를 즐기는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에 주목한 술박물관은 지난해 11월말부터 ‘청소년을
위한 향음주례’를 개설했다. 향음주례(鄕飮酒禮)란 조상들이 해왔던 술예법. 현재까지 8백여명이 다녀갔고,
앞으로도 1월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술박물관이 중요한 연례행사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전통주 빚기. 이날 행사도
이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토요일 오후는 술을 빚고, 나머지 토요일은 시음회를 실시한다.

과하주 한 잔을 비우도록 이야기는 계속됐지만, 나그네의 불안한 심사는 여정을 재촉한다.
한 잔 더 권하는 것을 뿌리치고 일어서다, 불현듯 붉은 저녁놀에 마음을 뺏긴다. “아무리 박물관이라도
지나던 길손이 술 한잔 청하면 어쩌랴”싶다. /김영애기자 young@

 

술의 종류

술의 종류는 제조방법에 따라 양조주 증류주 혼용주 등 세가지. 양조주는 과일이나
곡류에 들어있는 당분이나 녹말을 곰팡이와 효모작용에 의해 발효시킨 술로 알코올 함량이 3-18%정도로 낮다. 하지만 원료의 특유한 향기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증류주는 발효된 술 또는 술밥을 다시 증류해 얻는 술로 알코올 함량이 35-60%정도.
우리의 전통소주를 비롯하여 고량주 위스키 보트카 진 럼 데킬라 등이 이에 속한다.

혼용주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과실 향료 약초 감미료 등을 첨가해 가라앉히거나 증류해 만든 술. 인삼주 매실주 오가피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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