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녀천사 박귀순씨










제목=처녀천사 박귀순씨

오수초등학교 박현빈군(4학년)과 박다빈군(2학년), 박세희양(1학년)은
2년 전부터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뜻하지 않게 부모의 이혼으로 소녀소녀 가장이 되면서 한때 활기를 잃어 버렸지만 엄마 같은 박귀순씨(47) 를 만나면서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씨가 마련한 임실 둥지가든 밑의 허름하지만 사랑과 기쁨이 흠뻑 새어 나오는 한방에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한지붕 한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바로 앞쪽 방에는 할머니 5명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어 때로는 할머니들에게
다가와 재롱도 피운다.

오수에서 남원쪽으로 가다보면 국도변 둥지가든에 마련된 가옥에는 이처럼 아이들과 할머니 17명의 식구들이 서로 사랑을 꽃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할머니들에게 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옆에 없어서는 안될 엄마와 같은 분이다.

세희양은 오후 1시 학교에서 돌아오면 먼저 박씨를 찾는다. 장을 보러 읍내에
간 박씨가 없을 경우엔 훌쩍 거리다가도 읍내에서 돌아오는 박씨를 보고 금새 품에 안기며 활짝 웃는다.

현빈군은 “항상 다정히 대해 주시는 엄마가 너무 좋다”며 “엄마가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고 제법 어른스런 말로 엄마를 소개한다.

무의탁 노인으로 2년 전 이곳에 둥지를 턴 주복순 할머니(83)는 “박씨는
마치 친딸처럼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 돕고 있다” 며 “박씨를 보면 너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씨의 참사랑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신장병을 앓고
있는 장모군(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 수술비가 없어 전전긍긍할 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박씨는 마을 부녀자들과 파전을 만들어 팔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성공시켰다.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한 장군은 이제 남부럽지 않은 직장까지 얻어 가끔씩 생명의 은인인 박씨를 찾아 그때의
고마움을 전달하곤 한다.

둥지가족 홍영아씨(27)도 장군처럼 19세 때 심장병을 앓고 사경을 헤맸지만
천사 같은 박씨를 만나 새생명을 찾았다.

어느새 두 딸의 자녀를 둔 홍씨는 먼 안양에서 오수 둥지가든까지 찾아와 박씨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곤 한다.

박씨의 참사랑은 지금까지 40명의 심장병환자를 살렸고 9명의 신장질환 환자가
생명을 되찾았다. 물론 한국심장재단의 도움 등 주위의 정성어린 온정의 손길이 있었지만 박씨의 눈물겨운 사랑보다는 덜했다.

비좁은 임대아파트에서 많은 식구들을 거느리기가 불편했던 박씨. 박씨는 친척의
도움과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 지금의 둥지가든을 어렵게 마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불우한 아이들과 노인들이 기거하는 13개 방에 소요되는 연료비 충당도 버거운
형편이다. 둥지가든을 마련하기 위해 빌려 쓴 농협 이자마저 불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비 사회복지기관이라서 군당국의 보조비를 단 한푼도 받을 수 없는 처지도 박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직 친엄마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과 외로운 노인들을 보면 포기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가든에서 벌어들이는 약간의 생활비로 둥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할머니들에게 소홀해질 것 같아서 결혼을 포기했다는 박씨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또
이곳 출신 아이들이 찾아 올때면 대견스럽다”고 말한다.

9남매 중 셋째인 박씨는 어려운 빈농 가정에서 태어났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오수면에 있는 제사공장(실크제조)에 취직, 동생들의 학비를 보탠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박씨는 11년간 공장을 다니면서도 어린 노동자들을 보살피고 회사측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는 의협심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박씨를 ‘처녀천사’라고 부른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진다”는 박씨는 언제라도 도움의 손길이 있으면 뿌리치지 않고
도와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씨는 “치료만 하면 낫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환자들을 볼 때 가슴이 미어진다”며 자신이 조직한
참사랑회의 활성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5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수족을 쓰지 못하는 모친 정경남 할머니(77)를
정성껏 수발하고 있어 효녀로도 소문이 나 있다.

전화=642-6603, 계좌=농협(297-01-004425), 주소=임실군
오수면 금암리 685번지

/김복산기자 bskim@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