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은 획 하나 차이로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상통하는 것이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자신도 즐겁고 상대방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특히 시각적 효과를 통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감출 수도 있다.

그러나 곧바로 그 정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맛의 멋스러움을 말하기도 하고 멋의 맛스러움을 말하기도 한다.

맛의 멋과 멋의 맛은 어떻게 다를까. 또한 시각을 통해 상상을 만들고 향을 통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과연 그러한 곳이 있을까. 정답은 있다.

바로 국립전주박물관 내에 위치한 ‘느리게걷기’가 바로 그곳. 전통양식에 따른 본관 건물에 비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느리게걷기는 전체 조경과 함께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싱그럽게 펼쳐진 소나무 조경과 함께 파란 잔디밭이 녹색의 시원함을 전해준다.

요즈음은 철쭉이 분홍빛 자태를 보이기 시작하여 녹색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느리게걷기는 철저히 예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약된 고객만을 위한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들만을 위한 맛과 멋이 아우러진 식탁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곳에서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김민성 매니저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들었다.

“고객의 요구와 이곳의 장점을 결합하여 만족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느리게 걷기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이 가진 고유의 맛을 위해 전통을 고수하여 화학적 조미가 가미되지 않은 전통의 맛깔스러움을 풍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예약된 젊은 부부 모임이 있어 함께 할 수 있었다.

오늘의 주 메뉴는 돈육너비아니였다.

이미 완성된 테이블 셋팅 접시위에 주 메뉴가 올려지고 시각과 후각의 유혹을 마친 이립(而立)의 부부들이 손놀림이 부지런해지면서 누구라고 하기 어렵게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맛을 논하기에 좀 어리다고 할 수 있으련마는 그들의 맛에 대한 논평(?) 그것은 매니저의 설명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담백하다는 표현은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깔끔하면서도 입안을 가득 채우는 돈육너비아니의 고유한 맛은 혀의 모든 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느리게걷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방법에 따라 이틀 전에 직접 만들어 숙성시킨 소스와 몇 가지 재료로 재워 오븐에서 익힌 돈육너비아니의 맛은 입안에 감도는 소스향과 함께 돈육의 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파프리카와 살짝익힌 새송이 그리고 브로콜리와 적채를 느리게걷기 만의 소스로 곁들여 새콤하면서 고소함이 입안을 상큼하게 한다.

취청오이와 부추 버무림으로 돈육으로 약간 느끼함을 말끔하게 해준다.

레몬이 담긴 시원한 물이 마지막 입안을 상쾌하게 정리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음식의 잔량이 남지 않을 만큼 불필요할 정도로 다른 찬을 준비하지 않으면서도 만족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에 밤이 찾아들고 창밖의 야경은 맛과 멋의 아름다움의 하모니를 이루는 것 같다.

/신광영기자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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