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벽루에 앉아 부채를 들면/하이얀 모시옷을 입지 않아도/문풍지에 어리던 대숲바람 불어온다.
 
덕진 호수에서 피고 지는 연꽃 내음/전주천을 건너건너 코끝에 묻어온다.
 
옥수수가 어금니를 꼬옥꼬옥 물던 노을녘/남고산성 휘어 돌던 쇠북소리도 들려오고
 
지금은 그림으로만 남은 동포나루에서/돛배를 밀고오던 강바람도 몰려온다.
 
다가정에 서서 활시위를 당기던 맘으로/온고을 사람들이 온갖 바람을 숨겨놓은 것
 
태극선을 흔들면 한내의 기러기 떼/합죽선을 펼치면 위봉의 폭포소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오색으로 비벼놓은 전주바람에 실려 온다.
 
눈 감고 바람을 다시 부르면/마음은 어느 사이 깊은 산 속/기린봉이 토해놓은 보름달도 보인다.
 
박석구 시인이 지은 ‘한벽루에 앉아’라는 시다. 전주팔경의 아름다움이 모두 담겨 있다. 이렇듯 문학작품을 통해 전주의 멋과 맛이 살아났다.

전주시립도서관(관장 유금호)이 지난 4월부터 추진한 ‘전주사랑 이야기’ 글모음 사업덕분이다.

‘전주사랑 이야기’ 글모음 행사는 도내 문학 작가들이 전주 소재나 배경으로 삼은 작품을 모아 모음집을 발간, 전주를 전국 제일의 문화도시로 널리 알리고 또한 전주시민이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위한 사업,
지난 4월 중순부터 전주의 아름다운 이야기, 잊지 못할 추억, 잊혀져 가는 모습 등을 주제로 전북문인협회와 작가회의 회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원고를 모은 결과 136명의 작가들의 작품 169편이 접수됐다.

수필은 작가 57명이 59편을, 시는 작가 79명이 110편을 내놓았다.

도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문인 대부분이 참가했으며 특히 송하진 전주시장 후보도 ‘전주’ ‘전주비빔밥’ ‘한옥마을 자전거’ 등 3편을 선보였다.

‘전주사랑 이야기’책은 현재 제작에 들어갔으며 발간된 책은 도내 공공작은 도서관, 평생학습기관, 초중고등학교 등에 배부, 전주를 전국 제일의 문화도시로 널리 알린다는 계획.

또 6월 18일 ‘문학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하여 문학인과 시민이 함께 전북문학에 대하여 서로 소통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유금호 관장은 “글모음집 발간을 통해 전주시민이 자긍심과 애향심을 더 깊게 느낀다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도서관이 문학예술에 대한 지식정보 제공의 산실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센터로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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