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미 시인
등단 한지 10년등단 한지 10년.

지독하게 시 쓰기에 몰두하면서 대(代)를 타고 넘어 읽히는 책을 소망하던 20대 처녀가 30대 들어 첫 시집을 펴냈다.

김형미 시인(33)의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문학의전당․값 7천원). “대나무처럼 인생에도 ‘마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이 시인으로 첫 마디였다면 이번 시집 출간이 두 번째 마디인 셈이죠.” 평생 한 권을 내더라도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담긴 시집을 내고 싶어 하던 그가 인생의 ‘마디’를 위해 최근 2년간 지독하게 매달린 결과가 바로 이 책.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시 작업에만 빠져 살았고 결국 의사로부터 ‘누워서만 지내라’는 처방을 받기까지 했다고. 올해 초 자신의 집에 들른 어느 시인이 자신을 보고 ‘살았으니 됐다’고 말할 만큼 진기를 한꺼번에 쏟아 부은 것이다.

그가 남들이 보면 무모할 만큼 시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진정성’ 때문. 자신의 문학적 동력은 바로 거짓이 없는 ‘진심’에 대한 열망이라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라는 식물을 관심과 진심으로 바라보세요. 정말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식물의 성장과 제 생활을 이야기처럼 기록했습니다.

이같이 시도 ‘진정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에 대한 그의 관심은 바로 인간의 뿌리와도 연결된다.

그의 시에서 전통신앙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은 바로 우리 뿌리를 찾기 위한 그의 몸부림이다.

이런 그가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글을 쓰면서 나에게 맞는 공부를 찾았고 바로 그 공부가 동양철학이었다”는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라고 강조한다.

꿈과 현실, 찰나와 영원, 낮과 밤 등등 언뜻 생각하면 모두 분리 된 것 같지만 결국 하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남훈(문학평론가)씨는 “생에 대한 적극적 욕망과 기다림의 소극적 태도의 대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비, 영원성에 대한 지향과 찰나적 현현에 대한 매혹의 대비. 김형미 시가 보여주는 진경은 이와 같은 상호 대비와 갈등, 그리고 화해에 관한 고군분투로 기록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절집나무’, 고독, 모두 60편.‘시집 내는 것과 시집 가는 것을 바꿨다’는 그는 “자기 가슴을 치면서 시를 썼는데 정작 독자들의 가슴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원광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부문과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됐다.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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