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교육계에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로운 교육감의 취임을 10여일 앞 둔 가운데 설렘과 두려움이 혼재돼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변화의 바람에 대한 기대와, 그 바람의 세기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교육가족들은 말을 아끼고, 그래서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촉각은 곤두서있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는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특히 교육감은 ‘백년대계’를 통해 미래 사회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됨’이 각별해야 한다. 김승환 교육감 당선자를 만나 ‘사람됨’에 시선을 맞추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다부지게,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그리고 절제하면서도 진솔하게 답변했다.  
 
- 취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심정과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큰 산을 앞에 두고 서 있습니다. 특별한 두려움이나 기대감은 없습니다. 제 삶의 연장선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본자세는 저의 가치관과 지향성, 그리고 에너지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습니다. 인간 김승환에 대한 우려와 기대 앞에서 겸허한 마음입니다. 엄중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각계의 반응을 보면서 전인 교육의 열망을 넘어 ‘한(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망 속의 한’ 그 한은 풀어질 때 희열을 느끼는 것입니다. 도민들의 교육 개혁에 대한 한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 법학자로서 교육 행정의 수장이 된 것은 전례가 없던 것 같습니다. 학자에서 행정가로의 변신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마음가짐과 앞으로의 구상은. 
“제가 원하는 삶은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길을 일관되게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삶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동안 대학에 있으면서 제가 느끼기에, 뒷모습이 아름다운 교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후배교수들에게 그리움을 남겨주는 교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표표히 떠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교육 영역의 중요성이 사회적인 부담이 되고, 시민단체들이 끌어들이면서 황당한 상황이 됐습니다. 교육 개혁의 희생 제물로 쓰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과 시민단체들이 ‘전북 교육이 막다른 벼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결국 전북이 필요로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평소 삶의 좌우명이나 항상 마음에 새기는 경구가 있는지. 
“저는 항상 스스로 자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지금 사는 게 괜찮은가, 만족스러운가’에 대한 확인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주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해도 내 스스로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해야 인정합니다. 내 자신이 제일 무섭습니다.
저는 책임자의 인간관을 중시합니다. 저는 모든 인간에 대해 경외를 갖고 있고, 특별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을 접하면서도 범죄자에 대해 연민을 먼저 느낍니다. ‘저 사람은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연민의 정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면, 제재를 통해 그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제재가 가지는 임무입니다. 제재는 본질적으로 그 사람을 되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항상 부드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냉혹할 땐 냉혹합니다. 교육계의 반인륜 행위는 ‘가차 없이’ 대응할 것입니다.“
 
- 현장에 부임해 직접 업무에 부닥쳐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특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느끼실 것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악법도 법이다’는 준법론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지.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고 말한 것은 그 법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항변을 통해 법조항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학자 시절 국가보안법을, 해석을 통해 무력화한 적이 있습니다. 부당한 규정에 대해서는 ‘무력화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 대응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큰 틀의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정책 추진의 장해가 되는 법률이나 조직 등도 공동체 안에서 존재 의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존중합니다. 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 교육계 내부에서는 ‘기대반우려반’으로 새로운 교육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전북 교육이 특정 세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불안을 불식시키고, 많은 사람을 포용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교조와 이념적으로 지향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교조만을 위한 교육감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를 얽어 매는 것들은 과감히 떨쳐 버릴 것입니다.
저는 원래 어느 것에도 묶이지 않는 성격입니다. 법을 포함한 어느 것도 나를 묶지 못한다, 그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과 상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변화와 실천이 중요합니다. 변화의 출발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어야 하며, 시선은 늘 엄격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혹독해져야 합니다.“
 
- 김승환 교육감이 책임진 전북 교육은 ‘어떤 교육’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으신지.
“우리 모두가 즐거웠다. 우리 삶에 감동이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 교사들도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애들 가르치는 것이 내 삶을 풍부하게 했던 시절.
학부모들도 선생님들이 올바른 교육자가 되도록 힘을 보탰고, 아이를 공부 전쟁에 내몰았던 자신을 자책하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회한과 변화, 감동의 교육 현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 교육 가족과 학부모,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교육감 당선자에게 신뢰를 가져 주십시오. 교육은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름’의 문제입니다. 어떤 방법이 올바른 것이냐, 여기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아이들 중심으로, 올바른 관점에서 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협력과 소통입니다. 교육계 내부의 직원들, 학부모들, 학생들과의 협력과 소통입니다.
저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제발 쉬어가면서 공부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다양한 문학서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는 분위기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자발적으로 우러나도록, 즐겁게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서서 걸어갈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이 성장해 삼십이 되면 스스로 자기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 자기주도형 인간으로 길러낼 것입니다."    

|/대담 강찬구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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