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 전설의 섬이 있다.

아무나, 아무 때나 볼 수 없는 섬.

그래서 주민들조차 어둠이 물러나 한낮이 되기 전 잠깐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섬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아침의 섬’이라고 부른다.

눈을 부비며 바다 일을 나가는 어부와 그 뒤를 따르는 하얀 갈매기떼가 아침의 섬을 뒤덮는다.

끝이 없을 것 같이 늘어진 새만금방조제에 막혀 되돌아 나온, 길 잃은 파도가 거친 숨을 토하며 잠시 쉬어 가는 곳.

이번 주말 서둘러 그 곳에 가보자.부안 대항리.

새만금전시관을 지나 승용차로 2분 정도 달리다 오른쪽 군산대학교 해양연구센터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아침의 섬’ 앞 갯벌은 많은 조개류가 서식한다.

인근 횟집에서 갯벌 체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빌려주는데 맛조개와 대합 등을 잡을 수 있다.

물론 마음씨 좋은 주인 아저씨가 직접 조개를 잘 잡는 요령을 전수한다.

또 이곳 바다와 뭍이 만나는 곳에는 신석기시대 생활 근거지임을 입증하는 대항리 패총(전라북도 기념물 제 50호)이 있다.

패총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조개류를 잡아먹고 버린 껍질이 쌓여 생긴 조개무덤이다.

지난해 개통돼 많은 사람들을 걷기 열풍에 빠트린 ‘변산 마실길’ 주요 길목이기도 하다.

아침의 섬 풍광, 조개잡이, 신석기시대 유적, 그리고 느리게 걷기. 부안 대항리로 떠나자.

/글.사진 이상근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