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호가 전북 교육에 닻을 내린 지 100일이 지났다.

‘개혁은 처음 백일에 끝내야 한다.’고 작심한 듯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주변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육 현장은 경직되고, 행정이 정체된 감은 있다.

하지만 교육계 내부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빠르게 일고 있다.

교육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실제로 개혁의 바람을 실감하고 있다.

비록 서툴지만 제 길을 찾고 있으며, 머지않아 제 궤도를 찾아 먼 길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김승환호의 지난 백일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갈 항로를 진단한다.

김승환교육감이 위도초등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승환교육감의 교육 개혁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김 교육감은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교육 비리 척결, 차별 없는 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이러한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빠르다.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서기관급의 감사담당관과 기획혁신담당관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 두 부서는 김 교육감 개혁의 핵심으로서, 이들 부서의 조직 정비를 시작으로 개혁 작업들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서장과 별도로 감사 담당 12명, 대외협력 및 홍보 담당 3명 등 15명의 계약직 공무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직 구성을 통해 교육 바로세우기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조직 구성을 통해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과도한 의욕으로 조직에 위화감을 줄 수 있고, 조직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 관행 탈피, 변화의 물결

김승환교육감이 지난 7월1일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도교육청 인사 담당 핵심 3명의 인사 발령건을 결재하는 것이었다.

김 교육감은 임기가 시작된 이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인사 담당을 교체했다.

인사 담당의 핵심이라면 중등 인사담당 장학관, 초등 인사담당 장학관, 일반직 인사 담당 사무관을 일컫는다.

이후에도 충격 인사는 계속돼 교육국장과 기획관리국장이 전격 경질되고, 일선 교육장 14명 가운데 12명이 교체됐다.

도교육청 전문직 과장급 이상도 전면 교체됐다.

직제개편과 맞물려 조직이 한바탕 요동을 쳤다.

김교육감은 취임식 직후 새로운 일에 착수했다.

교원평가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시행에관한규칙폐지규칙(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당시는 교원평가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학부모 평가 등을 놓고 논란이 되던 시기다.

교원평가제는 한동안 교과부와 갈등을 겪은 끝에 ‘일선의 의견을 수용해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라는 교과부의 새로운 입장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어떤 방안이 마련될지는 알 수 없으나 기존 교원평가제의 맹점이 드러난 만큼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 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교육감은 또 취임 다음날 국가수준학업성취도검사 시행과 관련해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도록 하고, 응시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기자 단담회를 통해 “도 및 전국 단위 일제고사를 폐지한다”며 “학교장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교과부와 갈등의 단초가 됐으며, 지금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김승환교육감은 취임 1개월이 지난 8월초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

해당 학교는 이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 무효 소송을 냈으며, 법원이 지난달 3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해당 학교는 자사고 운영을 위한 학생모집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무력화로 해석된다.

교육계의 관행에 대해 과감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공교육 신뢰 회복과 차별없는 교육을 실현하는 방안의 하나로 해석된다.

이같은 조치들은 이해 당사자들과는 갈등을 불러왔으나 그동안 지시 일변도의 관행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참신한 충격을 줬다.

김 교육감이 취임 전부터 강조한 깨끗한 교육 풍토는 지난 100일동안 이어진 일련의 조치들과 김교육감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 등을 통해 내부로 전파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추석 명절을 통해 증명됐다.

교육계 내부의 선물 및 인사 관행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김교육감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렴을 강조하고, 추석을 앞두고 직원 전체회의를 통해 선물 전달 의사를 밝힌 한 교장에게 면박을 준 일화까지 소개하면서 충격을 줬다.

이런 김교육감의 의지와 그동안 교육감 업무 수행 과정에서 보여 준 소신, 그리고 과감한 인사 단행 등이 맞물려 교육계 선물 관행을 깨뜨렸다.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그동안에도 청렴을 강조하긴 했지만 명절이면 위아래를 챙기느라 힘들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완전히 없어져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며 “일선 학교의 지원 요청에 대해 장학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함께 식사조차도 하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성급, 깨끗한 중도 수준 원해

김교육감의 교육 개혁은 원론적으로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교육을 바로세우고,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지만 조급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혁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지면서 부작용들이 주변 갈등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의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제로 기존 조직과의 융화가 꼽힌다.

김 교육감은 취임 이후 기존 조직을 부정해 왔다.

인사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존 조직은 소외되고 있다.

대변인제와 ‘행복한 교육 공동체’, 감사담당관 및 기획혁신담당관의 외부 공모, 감사 담당 직원의 대거 외부 수혈, 그리고 각 분야별로 계획돼 있는 12개의 테스크포스팀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김교육감이 외부에 의존하면서 내부 조직은 겉돌고 있다.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으며, 자괴감에 빠져 있다.

교육계 내부에 교육감의 의지가 스며들도록 하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개혁 정책의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성급한 개혁은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기존 조직과의 단절에서 오는 조직 운용의 비효율, 기존 조직의 의욕 상실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형철의원은 “김교육감의 교육 개혁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공감이 가고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너무 서두르다 보니 효과가 반감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김교육감도 소통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도 개혁과 보수 등 정치 성향을 떠나 ‘깨끗한 중도’ 정도의 수위”라고 말했다.

  /강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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