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선지방부장
시리도록 하늘이 푸르던 10월의 어느날 한 50대 남자가 기자실을 찾았다.

서류 보퉁이 한아름을 안고 자리에 앉은 그 남자는 한참을 침묵 속에 주저 하다가 어렵게 긴 시간 동안 쌓인 사연을 풀어 놓았다.

본인을 완주에 사는 평범한 농민이라 밝힌 그 남자는 두터운 서류 뭉치 처럼 절절히 맺힌 억울함을 한장 한장 헤쳐 놓았다.

완주군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궁화 테마공원에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그 남자는 소유했던 대부분의 토지를 강제 수용 당하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몇 차례의 법정 공방과 공룡처럼 거대하고 조직적인 관공서와의  긴 싸움에 지치고 피곤한 모습 이었다.

처음 무궁화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시작할 당시 무궁화 묘목 식재장 5백여평을 완주군에 무상 임대해 주고 참나무(상수리) 70여주 (싯가 500만원 상당)를 기증할 만큼 완주군에 협조적이었던 그 남자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과연 무었이었을까. 10여만원을 주고 산 토지를 5만원대에  보상 수용 당하고 실거래 200여만원에 달하는 감나무를 30여만원의 헐값에 강탈 당했다는 본인의 주장이 모두가 들어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아직도 탁상 행정에 물들고 실물 경제에 어두운 행정의 한계와  단면을 너무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본인 주장으로 6천여만원에 달하는 석재를 완주군에 절취당하고도 500만원의 터무니 없는 배상과 관계공무원의 사과 한마디 받아 보지 못했다는 그 남자는 생각할수록 너무나 분하고 억울한 심경에 지금도 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심경을 절절히 토해냈다.

돈도 싫고 그만 이 길고 어려운 싸움을 끝내고 싶다는 그 남자는 물러날 명분조차 주지 않는 완주군의 무성의 함과 비인간적인 처사를 탓하며 부지 수용과정에서도 쓸모 없는 자투리 땅만 일부러 남겨 놓은 것 같다는 너무나도 감정적인 행정의 횡포에 기가 질린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다는 공공의 사업에 개인의 재산과 권리가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을 답답한 가슴으로 되씹어 본다.

/완주=서병선기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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