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小)하천은 인체의 실핏줄과 다름없다. 실핏줄이 오염되거나 막히면 인체 곳곳에 혈액과 영양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한다. 실개천이 모여 하천이 되고, 하천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가 된다. 그럼에도 전주 도심에 있는 하천으로 연결되는 실핏줄인 소하천은 개발 및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주시를 시작으로 전북지역 14개 시군에서 총 14회에 걸쳐 각 시군별 소하천의 현황 및 정비사업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도심 오염의 대명사였던 전주천이 ‘쉬리가 사는 전주천’이란 지표종을 테마로 한 생태하천 복원을 추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진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전주천은 지난 1963년 복개된 지 거의 반세기만에 복개도로를 철거하고 지난 5월 47년만에 자연하천으로 복원됐다.

복원 사업은 하천을 덮었던 도로와 퇴적물을 걷어낸 뒤 자연석으로 양쪽에 둑을 쌓고 수질을 정화하는 여울을 설치하는 한편 꽃창포·물억새 등을 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천은 폭 4∼10m, 깊이 3.5∼4m, 수심 평균 20㎝ 규모로 복원됐다. 인근에 있는 아중저수지의 물을 끌어들여 하루 7천t씩 흘려 보내고 있으며, 시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산책로와 함께 인공폭포와 분수도 조성됐다. 하천의 수질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상류 4.1㎞ 구간에는 오수와 우수를 분리하는 시설이 설치됐다.

전주시는 복원공사로 인해 23.4ppm이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현재 1급수 수준인 1.4ppm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천관리의 시각지댜에 놓인 소하천은 예외였다.

1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에 위치한 대성마을. 이곳에는 고덕산을 따라 대성초등학교를 가로질러 전주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1.6km의 소(小)하천인 객사천(川)이 있다.

대성마을 앞을 지나는 객사천은 이제 더 이상 가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재 대신 쓰레기와 마을 오폐수가 채워진 도랑물은 주민들에게도 외면을 받으며 버린 자식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동행한 사진기자와 함께 객사천 상류로 올라가 봤다. 한참을 올라가보니 객사천 상류 바로 옆에서는 신축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공사장 주위에는 각종 건축자제물이 쌓여 있어 객사천 오염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에서 내려온 물과 생활하수가 합쳐져 농사철에 농업용수로 쓰인다는 바로 옆 방죽에서는 오염물질과 생활하수로 악취가 풍겼다.

하지만 문제는 농번기인 지금 이 곳 방죽에서 가둬놓은 물들이 하천에 방류되고 있다는 것.

방류된 물들이 하천과 합류하는 바로 밑 웅덩이에는 썩은 물들이 고여 있었고, 하천 한쪽에는 비료포대가 쌓여 있는가 하면, 쓰다 남은 제초제 병들이 검은 비닐 안에 쌓여 있었다.

하천을 따라 내려온 마을 앞 하천 한 곳에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나뭇잎과 각종 쓰레기를 소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물고기는 물론 다른 생물체도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썩어 검은 이끼와 잡초만 무성한 하수구와 다를 바 없는 게 전주천으로 이어지는 객사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 같은 소하천이 지방하천을 살리는 길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 지방 1, 2급 하천으로 흘러 들어 가는 이들 지류(支流) 상류에는 각종 생활하수와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방하천 개발의 이면에는 이처럼 맑은 마을 앞 소하천이 시궁창으로 변한 또 다른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전주시 하천 현황을 살펴보면 24개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있으며, 총 길이는 102.16km다. 이중 소하천으로 분리되는 하천은 3곳으로 앞서 말한 객사천을 비롯해 소양천과 합류하는 금상천(3km), 중복천과 합류하는 안산천(1.3km)이 있다.

도심지 생활폐수와 공단의 공장폐수를 어느 정도 잡았다면 이제 소하천 살리기에 나설 때다. 소하천 오염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고 결국은 애써 복원해 놓은 하천오염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게 되기 때문이다.

큰 것이 아름답지 않을 때 그것의 원천인 작은 것부터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그래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큰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주시는 중앙정부 지원에 앞서 지방비를 확보해서라도 전주천을 비롯해 삼천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소하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들 소하천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전주천 수질개선은 물론 새만금호 수질관리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허승회 전주시 건설교통국 생태복원과장 미니인터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정비사업에 나서겠습니다”

도심 속 소하천들의 오염이 심한 이유는 하천 복개구간이 하수도로 사용되거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기초 지자체들이 소하천을 방재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자연형 하천’ 정비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승회 전주시 건설교통국 생태복원과장은 “전주지역 소하천들은 ‘소하천정비법’에 관련, 소방방제청에서 지원을 해줘야 정비를 할 수 있다”라며 “더구나 국비 지원마저 미비하다 보니 정비 사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과장은 “앞으로 소하천 정비사업에 국가에서 60%, 도와 시에서 20%씩을 각각 출자해 지원할 계획이다”며 “도심 하천이 시민 생활 깊숙한 곳까지 흐르는 전주시를 만들도록 정비사업 착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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