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구 교육부장
‘공교육 살리기’는 우리 교육 현장의 최대 화두다. 김승환 교육감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혁신학교’도 본질은 공교육을 살리자는 취지다. 전교조의 ‘참교육’도 공교육 현장을 회생시켜 고루 평등한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원론에서 출발했다.

우리 공교육이 회생시켜야 할 처지가 된 것은 세상 탓이다. 성적과 학벌이 ‘무기’가 되는 세상. 학부모들은 학교가 지향하는 ‘전인 교육‘에 만족하면서 머물 수 없었다. 인간보다 더 중요한 게 출세였고, 당장 세상살이에 요긴한 ’스펙‘이 필요했다. 그래서 파출부를 나가면서까지 사교육비를 댔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공교육이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사명이라면, 사교육은 ‘일등 개인’을 만드는 수단이다. 민주 시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학교를 짓고, 교사를 길러내고, 무상으로 공부시키고, 무상급식까지 하면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우리 교육법 제1조에 정의된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교육 목표를, 공교육의 지향을 성취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민주시민 육성 공교육 지향 

공교육을 실현하는 일선에 교사와 공무원 등 교육 공조직이 있다. 건전한 민주 시민 육성을 위한 전위조직이다. 국가의 교육 업무를 위탁 받은 단위 책임자로 교육감이 있고, 그 아래 부교육감이 있다. 부교육감 아래 실무 책임자급인 국장이 있고, 국장 아래 장학관과 장학사, 각 과장과 실무 담당 등이 있다.

공조직은 체계화돼 있으며, 각 단계마다 결재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업무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업무 성과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느리고, 답답하고, 비경제적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나름대로 단단하다. 

공조직은, 그리고 공조직의 구성원은 단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단일 안건이 상급자를 거치면서 검토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조율되는 것이다.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신중한 면이 있다.

김승환 교육감 취임 이후 사실상 공조직이 배제되고 있다. 취임 이후 구성된 ‘행복한 교육 공동체 추진단’이 전북 교육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옥상옥’ 논란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분야별로 T/F팀이 구성돼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있다. 공조직은 밀린 채 사조직에 의해 전북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김 교육감 입장에서 공조직이 성에 찰 리 없다. ‘갈 길은 멀고, 할 일도 많은데 타성에 젖은 게으른 나귀는 말 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발 빠른 새 나귀를 빌려서라도 타고 내달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행추단’을 만들어 정책을 맡기고, T/F팀을 통해 개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조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소탐대실’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믿을 수 없어 학원이다 과외다 하면서 사교육을 찾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성적 올리는 데만 정신을 쏟다가 아이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조직의 자발적 동참 유도 

사조직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낸다 해도 공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상황만 바뀌면 제자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진정한 교육 현장의 변화를 바란다면 조금 더디 가더라도 공조직 스스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기를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김 교육감에게는 절대적인 공조직 인사권이 주어져 있다. 김교육감은 심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취임 첫날 핵심 인사 담당을 전면 교체했다. 조직 운용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주요 보직에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렇다면 조직의 밑바탕은 마련된 것이다.

최근 들어 공조직이 가진 경륜과 노하우, 역량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을 위축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낭비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최대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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