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타공인'김치명인'이라 일컫는 안명자 대표는 김치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쉬지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든지 주저하지 않고 ‘김치’를 꼽을 것이다. 김치는 또한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김치는 우리들 식탁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필수 식품.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해외를 여행할 경우 하다못해 포장용 김치라도 한 두 개씩은 꼭 챙기기 마련이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밑반찬으로서 다른 음식의 맛을 돋우는 것이 김치의 역할이라고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반 음식점에서도 김치를 요리로서 만나기는 힘들다.

▲ 적당하게 익은 김치에 새우젓만으로만 간을 맞춘 육수를 넣고 끓인 '신뱅이 국밥'먹을수록 입과 몸이 편한 맛이 일품이다.
국내 어느 음식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김치’지만, 김치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을 만한 음식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문을 연 전주시 완산구 교동 한옥마을 내 한식점 ‘신뱅이’에서는 김치가 주인이다. 김치가 요리로서의 자격으로 손님을 맞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전통과 현대의 멋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주방과 중앙 홀이 위치한 건물 본체는 지은 지 73년이 지난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페인트로 새 단장을 했지만 기둥과 천장 등에서 여전히 전통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 바깥이 훤하게 보이는 넓은 창과 현대적인 문양의 블라인드, 깔끔한 테이블 배치 등이 세련미를 더한다. 넓지 않지만 아담한 크기의 내부 분위기는 고급스러운 맛을 자아낸다. 신뱅이 안명자(여·56) 대표는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주가 ‘맛’의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실내를 꾸몄다고 했다.

그녀는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 시각 등 복합적인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주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은근함’이 음식 맛에서도 느껴진다.

신뱅이의 메뉴는 ‘신뱅이 국밥’과 ‘김치 비빔밥’, ‘김치전’ 등 총 3가지. 모두 김치가 주원료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먼저 신뱅이 국밥은 일명 ‘빨간 국밥’과 ‘하얀 국밥’으로 나뉜다. 빨간 국밥은 말 그대로 빨간색을 띄는 국밥. 콩나물과 김치 등 갖은 재료가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하고, 정직한 맛을 낸다.

잘 익은 백김치가 들어 있는 하얀 국밥은 맵지 않으면서 새콤하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먹을수록 입과 몸이 편한 맛’이라고 소개한다. 안 대표가 이렇게 소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밥의 맛을 좌우하는 국물을 만드는 방법이 여느 국밥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맛이 난다는 것. 새우젓과 잘 익은 김치로만 간을 맞춘 육수를 사용한다는 게 신뱅이 국밥의 맛을 내는 비법이다.

안 대표는“재료를 많이 넣는다거나 좋다는 것을 다 집어넣는다고 해서 김치의 제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며 “양과 발효의 정도를 정확히 맞추는 게 맛을 내는 비결인데, 그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얀 국밥의 경우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바로 안 대표가 스스로 개발한 메뉴이기 때문.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이 또한 앞서 밝힌 비법에 따라 만들어져 낯설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낸다. 김치 비빔밥은 일반 비빔밥에 비해 시큼한 맛이 별미다. 신뱅이 김치와 제철 야채가 어우러져 샐러드처럼 신선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김치는 신뱅이에서 주 메뉴이자 밑반찬이다.

주 메뉴의 재료로 사용되는 김치가 밑반찬으로도 깔린다. 말 그대로 김치만 전문으로 하는 ‘김치 전문점’인 것이다. 김치 명인인 안 대표의 모든 것이 배여있는 곳인 셈이다. 신뱅이 대표 안명자(여·56)씨는 김치에 대해 ‘참 감사한 선물’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1999년 본격적으로 김치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안 대표는 오로지 ‘김치’에 대한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장사를 하면서 김치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시작했고, 김치 명인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현재에 이르게 됐다. 김치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역할도 다양하다.

2005년 ‘완주군 김치만’ 발표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2006년 ‘과일이 김치가 되다’란 주제로 과일김치를 최초로 발표하는가 하면, 일본과 중구에서 김치체험 강좌를 지속해 오고 있으며, 김치 제조회사의 기술자문 등을 해 왔다. 현재는 신뱅이와 한국 김치문화연구소의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다년간의 노력 끝에 터득한 계량화된 ‘레시피’를 지난해 4월 오픈한 김치 아카데미와 개인적인 활동 등을 통해 수많은 제자들에게 전수해 오고 있다.

안 대표는 “앞으로 김치를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이어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김치를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김치를 문화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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