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석 기자
지난해 전국 각 대학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뜻한다는 말로 결국, 은폐된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북대는 최근 재임에 성공한 모교출신 총장을 필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산대·경북대·전남대와 함께 4대 지역거점국립대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긍심도 높아 발전기금 기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이러한 전북대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제보를 받았다. 국립대학 통합으로 인해 전북대로 흡수된 익산대학 출신들이 재입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제적생(除籍生)으로, 대학의 이익에 따라 진행된 국립대학 통폐합으로 피해를 입었다. 보도당시 전북대는 “익산대학 제적생들에 대한 재입학을 시행할 근거 등이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받아 든 문건에는 이들 제적생에 대한 재입학 시행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이 문건은 바로 양 대학이 정부에 제출한 ‘통폐합 실행계획서’다. 심각한 점은 이 뿐만 아니다. 전북대는 지난해 최초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해당 부서조차 관련 내용을 접하지 못했다.

이는 학내외 소식을 총괄, 취합하는 홍보부가 비판기사에 대해서는 최고 수장인 총장에게 까지 감추는 게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더구나 전북대는 익산대와 통합으로 로스쿨 선정심사에서 ‘구조개혁 추진실적’ 가산점(5점)을 받아 최종 선정되는데 큰 ‘덕’을 보기도 했지만, 제적생들 사후관리에 대해선 냉담했다.

전북대 행정서비스 헌장에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잘못된 행정서비스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고 명시돼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귓구멍을 막고선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국가 고등교육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린 전북대가 이번 보도를 계기로 위상에 걸맞는 학사행정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이승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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