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7년 1월부터 매월 첫째 토요일, 거의 빠짐없이 군산 뮤직포유 카페에서 영화를 보여주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5년째 되는 지난 8일에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이자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인생 속의 고즈넉했던 짧은 시간과 우편배달부가 등장하는 영화 '일 포스티노'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에세이스트 이재천(50)이 만 4년 동안 함께 한 영화 이야기 35편을 묶어 에세이집 ‘영화가 흐르는 카페’를 펴냈다.

“내가 뮤직포유에서 영화 보는 것은 보통, 그 때가 최소 네 번째 정도 된다. 오래 전에 두 번 가량 보고, 영화를 골라놓고 다시 보고, 뮤직포유로 가져와서 마지막으로 본다.

가장 잘 보는 때가 그때인 듯하다. 그 동안 몇 번을 보았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얻는 느낌과 이해는 다른 어느 때와 비교할 수가 없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흐름과 기피가 내 정신과 영혼으로 그대로 스며든다. 어떤 때는 영화 속으로 온 몸의 살과 뼈, 신경이 젖어드는 것 같다.

비로소 그 영화가 보인다.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 그는 처음 이런 영화이야기를 묶으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가 되도록 쓰거나 영화를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쓰고 싶었던 것이 바람이었다고.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과는 여차하면 꿈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리송하고 막연해지기 십상이라서 이 책을 영화에 관련된 평범한 개인적인 글로 이해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겸손을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되는 영화들 대부분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이다.

‘영혼의 집’ ‘프리다’ ‘레인 오버 미’ ‘바베트의 만찬’ ‘누들’ ‘천사의 아이들’ ‘어웨이 프롬 허’ ‘마이클 콜린스’ ‘길로틴 트래지디’ 등등.그렇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다.

‘준 벅-가족은 서로에게 행복한 존재인가?’ ‘프리덤 라이터스-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 글쓰기를 시키는 교사의 힘’ ‘레몬트리-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야 공존이야’ ‘비욘드 사일런스-서로 떨어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의 사랑’ ‘순수의 시대-숨이 막힐 듯한 사랑의 표현’ ‘불의 전차-인간적 집념과 신에 대한 충성, 그것들을 융합하는 놀라운 음악’등 그가 작품마다에 달아 놓은 짧은 해설이 그것이다.

‘영화가 흐르는 카페’를 읽으며 실제 그 영화를 보는 듯한 기쁨의 전율을 느꼈다는 이신구 교수(전북대 독어교육과)는 “이 책은 영영 놓쳐버릴 뻔 했던 소중한 영화를 되찾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나는 이 안에 나오는 영화들을 지성인이라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목록에 넣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재천은 여고교사, 전주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디아이텍 펴냄. 값 1만2천원.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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