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요들이 구시대 산물이자 고리타분한 저급문화라고 외면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 남편을 감전사로 잃은 한 미망인이 주부가요열창에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를 부를 때 명치끝이 짜르르 저려오면서 그녀의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가 실려 오는듯한 전율을 느끼고 ‘그 겨울의 찻집’에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창자의 독백이 비단 노래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뽕짝이 절실하게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들었다” 김사은 원음방송 PD가 가요 칼럼집 ‘뽕짝이 내게로 온 날(신아출판사․1만2천원)’을 펴냈다.

지난 2005년 봄부터 2006년 12월까지 지방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80편을 담았다. 그의 섬세한 감정과 날카로운 관찰력은 독자들을 감탄과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남자, 외롭더라’에 나오는 노래는 ‘이 세상의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빠의 청춘’과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로 시작하는 ‘아빠 힘내세요’. 저자는 말한다.

여자(아내)들은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라고. 부부 갈등을 조장하려는게 아니다. 남자가 정말 외롭고 고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기분이 그저 그래’라고 말한다면 “엿 같아서 힘들어 죽겠다”라는 말로 해석해야 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하며 한 잔하고 있다’고 하면 “주류에서 밀린 물 먹은 사람들과 윗사람을 씹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가슴이 뜨끔거린다. 남자들이 이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가 양귀자는 ‘남자, 외롭더라’를 읽고 저자의 활달함과 섬세한 감수성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인생은 유행가 가사와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는 깨달음은 어지간히 살다보면 저절로 터득되는 법이다.

그래서 노래를 매개로 한 이 책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지나간 삶을 짚어보고, 회상에 잠기고, 가슴 저려할 김사은의 독자들에게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 중부대학교 겸임교수 및 전북대학교에 출강중이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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