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석 기자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가 민선 5기를 시작한 시장과 군수 등 단체장에게 현대판 목민심서인 ‘21세기 목민관의 길’을 발간, 배포했다. 이 직무가이드에는 ‘절약의 근본은 검소한 데 있으며,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돼 있다.

민선 5기 첫 새해에 접어든 시점에서, 단체장 관사의 운영비 실태를 파악하고자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다. 이를 통해 현재 도내 일선 시·군이 관선시대의 권위적 산물인 관사에 대한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더구나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9.6%로, 도내 시·군에서 ‘꼴찌’를 기록한 고창군수는 오히려 재임 중에 관사를 새로 마련,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공개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시·군이 있는가 하면, 청구한 정보들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켜 공개하거나 법정 통지 최고기한에 맞춰 한 쪽 분량도 되지 않는 자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특히, 언론인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군이 14곳 가운데 절반인 7곳에 이르렀다.

익산시는 A4용지 한 쪽 분량에도 못 미치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무려 3,580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으며, 남원시, 진안·무주·장수·임실·부안군은 200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무주와 장수는 담당부서에서 ‘소액’이라며 자체적으로 완납처리를 했지만, 수수료를 부과시킨 지자체와 같이 ‘관행’이라며 수수료를 부과 처리하는 인식은 여전했다.

정보공개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 제3호에는 ‘공공기관의 장이 공공복리의 유지·증진을 위하여 감면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감면이 가능하다고 돼있다. 즉, 언론사 기자가 공익적 보도를 위한 기사자료 확보 수단으로 정보공개 청구한 경우 감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공개 담당자들의 업무 효율을 위해 행안부에서 발간된 운영매뉴얼에 자세히 나와 있는 것으로, 수수료 부과 등의 방법으로 불만을 표시하기에만 급급할 뿐, 감면을 위한 어떠한 안내 등에는 냉담했다.

감면조항을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면 애석하게도 되돌아오는 것은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수수료는 누가 됐든지 납부해야 되고, 이제껏 관행대로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답변뿐이었다. 정보공개청구는 범위와 회수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취재를 하려면 많은 요청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어 난감하다. 그러나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요청하면 언론인이나 기관이 모두 자료를 건네고 받는 수고를 덜 수가 있다.

현행법에서 기준을 정한 감면제도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정보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일선 시·군의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이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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