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살까지는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김원장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 국밥집'을 차려보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라고.

“내 생활은 하나님께서 한 평범한 여자를 봉사의 길로 인도하신 것이다. 오직 하나님께서 다 하신 것이다.” 이 말은 희생과 봉사, 그리고 자애(慈愛)의 상징인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한 말이다.

말로는 쉽게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봉사’, 이를 11년째 쉬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 바로 전주시 효자동 서부시장에 위치한 각시미용실 김미선 원장(53).

경남 진주가 고향인 김미선 원장은 17년 전 전주로 이사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맞이한 두 가지 사건이 그녀를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가위를 든 나이팅게일’로 변모시켰다. 원래 종교가 없었던 김 원장은 전주시 금암동에 이사를 와 인근에 있던 교회에 출석하게 되고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교회를 통해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을 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봉사의 소명(召命)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찾아온다.

김 원장이 파마 1만원, 커트 2천원의 가격을 고수하는 동시에 어르신들에게 무료식사대접을 시작한 계기는 금암동 시절이던 11년 전 찾아온 특별한 손님 때문. 미용사들은 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이날 찾아온 한 할머니에게 평소 같이 자연스럽게 질문을 건넨 김 원장에게 돌아온 것은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만 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뿐이었다. “고민 있으면 맘에 담아두지 말고 얘기해봐요. 맘에 담아두면 병나요.” 이라는 김 원장의 말에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할머니는 슬하에 자식이 5명이나 있지만 용돈은커녕 돈이 없어서 아파도 약도 못 사먹었단다. ‘차라리 자식이라도 없으면 생계유지비라도 나오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파마를 마치고 할머니가 내민 돈이 만원. 그리고 할머니는 김 원장에게 ‘자기 같이 돈 없는 노인이 찾아오거든 만원만 받아라, 어려운 형편 같으면 그냥 공짜로 해줘라’ 라고 말하며 미용실을 나섰다.

그 후 할머니는 미용실을 자주 찾으며 김 원장과 친 모녀처럼 지냈고, 3년 후 자신이 아끼던 이불과 솥 단지 등을 김원장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 김 원장은 품고 있던 봉사의 씨앗을 싹 틔워준 할머니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8년 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유명대로 파마요금으로 1만원을 받고, 매일 점심시간 하루 평균 50여명에 이르는 이웃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매일 50여명, 많게는 100여명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80㎏ 쌀 한 가마니가 10일이면 바닥난다.

그 많은 쌀값과 반찬 값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힘에 부칠 때마다 쌀과 반찬 등을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김 원장. 특히 몇 년 전부터 일년에 두 번 쌀 두 포대와 산에서 나는 각종 나물을 채취해서 가져다 주는 마음씨 좋은 스님이 든든한 후원자란다. 김 원장에게는 스님 말고도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타박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발벗고 나서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김 원장을 ‘또라이 엄마’라고 부르면서도 김 원장의 삶을 보며 자란 탓에 이제는 봉사가 몸에 베여버린 자녀들, 그리고 많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하루 100명 이상 되는 손님들을 대하느라 힘들 텐데 항상 웃으며 일하는 6명의 직원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마음씨 고운 조력자가 있다.

바로 인근에서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한 아주머니. ‘야쿠르트 이모’라고 불리는 그녀는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밥과 반찬을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후 1시가 넘어서야 설거지까지 마치고 돌아간다.

이제는 김원장과 친자매나 다름없는 이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8년 전 이곳에서 만난 김 원장의 소중한 인연이자 봉사의 동반자다. ‘70살까지는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그녀에게 최근에 미용실 말고도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바로 ‘이윤을 남기지 않는 국밥집’을 차려보는 것이다.

천원이든 2천원이든 싼 값에 팔아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아무나 와서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것. 끝으로 점심시간에 찾아간 기자에게 “남이 주는 밥을 먹어봐야 남한테 도움을 줄지도 알지!”라고 말하며 밥부터 먹고 오라던 김 원장의 말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이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플라톤’

/글=김근태기자, 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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