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역사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룸살롱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1945년 해방정국부터 2010년 스폰서 대란까지, 룸살롱 공화국 65년의 기록 ‘룸살롱공화국’(인물과사상사. 1만 2천원)을 펴냈다. 저자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그들만의 은밀한 리그, 룸살롱을 알아야 한국 사회가 보인다고 말한다.

“한국은 ‘음주공화국’·‘접대공화국’인 동시에 ‘칸막이공화국’이다. 칸막이 현상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다. 그걸 이해하면 지역 갈등에서부터 유흥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 은밀한 접대는 칸막이를 필요로 하며, 룸살롱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칸막이를 우아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엔 정당, 국회, 검찰 등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보다는 룸살롱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머리말)  해방 후 미군에 영합해 한 자리 얻어내려는 현장도 요정(19쪽), 4·19와 5·16 이후 그 주동세력은 다시 룸살롱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으며(31쪽), 1980년대 후반 룸살롱이 전성시대를 맞으며 정경유착의 현장으로 자주 등장하더니(71쪽) 급기야 판검사의 접대 비위가 드러나며 ‘룸살롱이 법정인 나라’라는 말까지 나왔다(97쪽).

“접대를 할수록 매출이 올라간다”는 직장인의 기업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141쪽) 접대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려 판검사를 접대했다는 룸살롱 장부가 발견돼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고(144쪽), 2009년 장자연 사건으로 또 한번 문제가 된 연예계의 성상납 사건(195쪽)은 2011년 현재도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으며 화려한 소문을 낳고 있다.

25년간 검사들의 ‘돈줄’ 역할을 했다던 한 건설업자의 폭로를 방송한 MBC 의 충격적인 보도(242쪽)에 이어 지난 천안함 사건 기간에도 공직자들이 룸살롱에서 향연을 벌였다고 해 문제가 될(251쪽) 정도로 룸살롱은 한국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접대 공화국’이다. ‘접대 경제’의 규모가 너무 커져 ‘접대 규제’는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주고받는 접대 속에 인정이 싹트고 명랑사회가 구현될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부정부패가 꽃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갈수록 포장술이 세련되어져 ‘인맥’이니 ‘인적 네트워크’니 하는 고상한 합법적 메커니즘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룸살롱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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