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알페로비츠 '독식비판'

2007년 워런 버핏이 은행가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모인 행사에서 “여기 계신 400분은 여기에서 일하는 접수원이나 청소부보다도 낮은 비율로 세금을 내고 계십니다”라고 말한 뒤, 자기 비서보다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든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현대 경제의 극단적 불평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하고, 지식 경제 시대의 새로운 소득 지형을 제시하는 ‘독식 비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미국의 원로 정치경제학자로서 꾸준히 정치와 경제 문제에 관한 시사점을 던져 온 가 알페로비츠가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에 발표했던 글을 토대로 한 이 책은 진정한 부의 원천이 사회에 축적된 지식 유산임을 밝히고, 불평등에 관한 토론의 방향과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번역은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원용찬 교수가 맡았다.

△우리 시대가 향유하는 모든 부와 소득의 원천은 사회의 지식 유산이다.

우리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소수 사람들의 성공이 그들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라고 여기도록 길들여졌다.

그리하여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이야기에 더욱 감동을 받고 그들의 성공을 칭송한다.

하지만 ‘재능 있는’ 기업가든, ‘육체적’ 노동자든, 아니면 이 둘 사이에 있는 사람이든, 모든 개인들에게 분배된 경제적 이득은 사회의 축적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코 그들이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 아니다.

△성공한 소수가 독점하는 부는 사회의 몫을 부당하게 점유한 ‘불로소득’이다.

우리는 공정성이란 본질적으로 ‘당연한 대가’, ‘응분의 보상’의 기준이라고 믿는다.

그 보상물이 마땅한가는 그 사람의 행위에 근거해서 판단하게 된다.

경제에서는 이 윤리가 ‘노력한 만큼 가진다.

’라는 말로 나타난다.

그래서 철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노력의 대가’와 ‘부당한 보수’를 밝히는 데 몰두했다.

나름의 특징과 준거로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었지만, 개인이 직접 치른 노력이나 희생의 결과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창출된 부는 ‘불로소득’이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결과물인 이러한 불로소득은 사회의 정당한 몫으로 돌려주어야 마땅하다.

△사회적 공동 자산은 공유되어야만 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공정 사회’, ‘무상 복지’, ‘초과 이익 공유제’ 등의 문제들도 지식 경제 사회의 불로소득 문제와 이어져 있다.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사회의 몫을 되돌려받아야 한다면, 초과 이익 공유제는 그 몫은 돌려받는 방법의 일환으로, 무상 복지는 돌려받은 몫을 공유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 책은 경제 진보의 진정한 원천은 사회의 엄청난 공동 유산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책무 의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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