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그 다음의 기쁨은 어린이들을 보는 부모들의 즐거움인데, 이 두 가지의 기쁨은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 스위스의 교육자이자 사회비평가인 페스탈로치는 가정에 대해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가구당 평균 1명의 자녀만 낳아 기르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 왁자지껄하던 동네 골목길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췄고, 부모의 맞벌이와 맞물려 아이들은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기 보다는 어린 나이부터 학원에 다니고 여가시간은 홀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외로움 속에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주위에 일곱 명의 자녀를 키우며 남들보다 일곱 배의 웃음과 행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남다른 이웃이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전주시 교동에 사는 박봉호 씨(46) 가족.

박 씨는 지난 2003년 15살 연하인 아내 김은정 씨(31)와 결혼했다. 박 씨가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던 늦깎이 대학생시절 같은 학교에 편입한 김씨를 보고 반해 사랑을 싹 틔웠다는 두 사람은 캠퍼스커플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더니 지난 2003년 6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그 이후 집안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박씨 부부는 2003년 첫째 수현이(9)를 시작으로 수혜(8), 수희(7), 기윤이(6), 준호(5), 사랑이(4)를 연년생으로 출산했다. 그리고 지난해 태어난 막내 민호(2)까지 총 7남매를 키우며 이웃들에게 ‘교동골 흥부’라 불리며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때론 ‘진정한 애국자’라 불리며 칭송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내 김은정 씨의 하루는 아이들과의 씨름으로 금새 지나가 버린다. 초등학교 2학년인 수현이와 올해 입학한 수혜와 수희를 깨워서 밥을 먹인 후 학교에 보낸다. 잠시 후 기윤이와 준호, 사랑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편 박씨가 출근하고 나서야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이 집에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평화로이 곧 첫돌을 맞이하는 막내 민호를 돌보며 잡다한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시간.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면 고요했던 집은 다시 유쾌한 전쟁터로 돌변한다.

아이들로 인해 일곱 배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교동골 흥부네에는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첫째는 경제적 문제. 자녀 1인당 평균 교육비가 9천여 만원을 훌쩍 넘는 요즈음, 그밖에 소요되는 의식주 비용과 기타 잡비를 생각하면 전주동물원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는 박 씨의 많지 않은 월급으로 아홉 식구가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자녀가구에 대한 전주시의 보조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준공무원의 신분인 박 씨의 직업 탓에 육아보조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 쉽지 않을 터.

둘째는 주위사람들의 시선이다. 한 동안 아니 김 씨는 ‘낳기만 하면 뭐하냐, 잘 키워야지’ 하는 시선과 조롱에 의해 노이로제에 걸려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과 조롱이 저를 힘들고 아프게 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전 아이들을 사랑으로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있으니까요.” 아내 김 씨는 이제 담담하게 말한다.

마지막은 건강 문제다. 자녀가 아프면 부모들의 가슴은 자녀의 아픔 이상으로 타 들어간다. 일곱의 자녀를 키우다 보면 이러한 애타는 심정도 자주 찾아오기 마련.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잦은 병치레로 고생했던 아내 김씨는 지금도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그렇듯 자신의 건강보다 요즘 남편의 건강을 먼저 걱정한다. 그리고 남편보다는 일곱 명의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다.

남편 박 씨가 가족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도 바로 건강이다. 가족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박 씨는 “건강이 최우선이죠. 아이엄마가 건강해지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바라는 것은 그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살아 숨쉬는 전주한옥마을. 어느 날,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픈 당신은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이곳을 천천히 걷다가 전통문화센터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전통문화센터가 시야에 들어올 즈음, 길 왼편에는 전주향교가 지나온 역사를 간직한 채 고즈넉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는 여느 거리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당신에게 들려온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말괄량이 여자애 셋(수현, 수혜, 수희)이 깔깔거리며 골목에서 뛰어나온다. 그 뒤를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의 남자아이(기윤)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큰 눈망울로 연신 이곳 저곳을 살피는 예쁘장한 남자아이(준호)가 손을 잡고 따른다. 골목 안에서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사랑)를 안고 있는 아버지와 젖병을 입에 문 남자아이(민호)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있는 어머니가 두 눈으로 연신 일곱 아이들을 걱정스레 쫓으며 행복한 미소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이 거리에서 멀어지며 왁자지껄했던 거리가 이내 고요해질 즈음 당신의 귓가에는 시 한편이 스쳐갈지도 모른다.

사람의 뒷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저녁놀이 온 마을을 물들일 때/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마른 솔가지를 꺾어 넣거나/가끔 솔방울을 던져 넣으며/군불을 때는/엄마의 뒷모습이다. ? 정호승 <뒷모습>
/글=김근태기자, 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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