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 이모(40)씨.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던 게 화근이었다.

최근 전주시내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된 이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150만원에 처해졌다.

또 운면허 정지 100일의 행정 처분도 내려졌다.

직업 특성 상 운전대를 놓으면 타격이 큰 상황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에 이씨는 면허정지 처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150만원이라는 금액을 벌금으로 한 번에 내야 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한 달 급여 120여만원으로는 도무지 감당하기 벅찬 액수이기 때문이다.

카드로 할부 결제가 가능한 지를 문의해 봤지만 “현금으로 일시불 납부만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현행법 상 생활보호 대상자나 차상위 계층의 경우 다달이 나누어 내는 분납이 가능하지만 이씨는 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씨는 “지금 상황 같아서는 벌금을 내기 위해 빚이라도 져야 할 판이다”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고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려운 형편에 벌금을 내야 할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벌금 납부가 힘든 서민들을 위해 벌금 대체 사회봉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벌금 대체 사회봉사제도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경제적인 능력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로 벌금을 대체하도록 하는 제도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총 440명이 전주와 군산, 정읍, 남원 등 도내 4개 보호관찰소에 사회봉사를 신청해 벌금 납부를 대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 현재까지 총 85명이 벌금 대체 사회봉사의 혜택을 받았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 한 해 동안 총 1만1천958명이 사회봉사로 벌금 납부를 대체했으며, 올해 2월 현재까지 2천491명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씨와 같은 직장인의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업무 때문에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또한 각종 세금과 공과금 등은 물론,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까지 카드로 납부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벌금 납부 방법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24일부터 과속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에 대해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과태료를 낼 수 없는 이들이 부동산이나 예금을 압류당하거나 자동차를 견인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금은 죄를 지은데 대한 대가로 내려지는 형벌로 납부 대상자에게 재산적인 부담을 지우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신체를 강제로 구금해 벌을 주는 징역형 등의 자유형과는 달리 벌금형은 재산 보유 능력에 따라 그 부담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이씨는 “벌금은 당연히 형벌적 의미를 가져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만 유독 그 의미가 큰 것 같다”며 “서민 고통 경감 차원에서라도 벌금 납부 방법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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