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곤씨
 “만약에 내가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싶어”

지난 2009년 9월 임신중독증으로 정모씨가 전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을 당시 남편 장대곤(37)씨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 후 장씨는 그 약속을 지켰다.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며 환자 7명에게 새 삶을 선사한 것이다.

11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전북대병원에서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받던 20대 여성 환자에 대한 신장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마친 이 여성 환자는 현재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같은 날 시각질환 환자 2명에 대한 각막 이식 수술도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이들에게 이식된 장기는 지난 4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장씨의 것.

퀵서비스를 생업으로 삼아 온 장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께 귀가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장씨의 사고 소식은 가족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슬하의 딸아이가 18개월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슬픔을 잠시 접고 이내 장씨의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생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던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부인 정씨는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당시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을 보며 장기기증의 뜻을 밝혔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씨의 장기는 전북대병원 뇌사판정위원회의 뇌사판정 절차를 거쳐 환자 총 7명에게 이식됐다.

심장과 간장, 췌도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나머지 신장 1개는 전남에서 각각 이식됐다.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전북대병원 유희철(간담췌이식외과) 교수는 “기증자의 장기 상태가 매우 양호해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고인은 물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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